세계적으로 제약산업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지난 2014년 기준 1790억 달러로 전세계 의약품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 1160억 달러에 비해 54%나 급증한 수치다.
오는 2020년에는 278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해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30% 가까이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의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글로벌에 비해 다소 낮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바이오의약품은 '바이오시밀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발간된 한국제약협회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시밀러는 2012년 셀트리온의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총 5개 품목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으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품목은 12개에 이른다.
R&D 투자 금액이 크고 개발 기간이 길며 임상 실패 리스크가 큰 바이오신약보다는 바이오시밀러에 초점을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베터 및 바이오신약에 시장을 잠식당할 위험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협회는 "바이오시밀러 수출 확대를 토대로 바이오베터와 신약 개발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몇몇 발빠른 국내제약사들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대비 차별화를 갖춘(better), 바이오베터(Bio better) R&D 및 제품화에 나서고 있다. 녹십자, 한미약품, 한독,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녹십자는 다양한 질환에서의 바이오베터를 개발 또는 제품화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녹십자의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대조약엘라프라제)는 출시 2년만인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에 대한 바이오베터 'MGAH22'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5년에는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바이오베터인 '뉴라펙'(대조약뉴라스타)도 출시했다.
'뉴라펙', 위치특이적 페길레이션으로 바이오베터 인정
뉴라펙이 바이오베터로 인정받는 이유는 위치 특이적 페길레이션(PEGylation)에 있다. 페길레이션은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결합시켜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리는 기술을 뜻한다.
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뉴라펙의 위치 특이적 페길레이션 기술은 국내 혁신기술로 인정받아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뉴라펙의 이같은 혁신기술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인 뉴라스타와의 비교 임상에서 그 효과가 확인됐다.
2012년 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진행된 임상 3상 연구에 따르면 호중구감소증을 유발하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는 유방암환자에서 녹십자의 뉴라펙은 뉴라스타와 비교해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비열등함을 입증했다.
1차 유효성 평가 결과, 항암화학요법의 1주기에서 중증 호중구감소증(ANC 500/mm³)이 나타나는 기간이 뉴라펙 6mg이 1.64day로 뉴라스타 6mg(1.80day)에 비해 비열등했다.
2차 유효성 평가에서는 ANC가 2000/mm³ 이상으로 회복되는 기간이 뉴라펙이 8.85day로, 뉴라스타 9.83day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짧았다. 안전성에서는 이상반응의 투여군 간 발현율 차이가 없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전무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뉴라펙이 위치 특이적 페길레이션이라는 차별적 특허를 가지고 있다면 바이오베터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준이 상당하는 평가와 함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여 전무는 "글로벌에서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수준은 상위에 올라와 있다"며 "특히 기초나 원천기술 및 리서치 베이스 측면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고, 외국에서도 (국내를)파트너로서 파이프라인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바이오의약품과 관련한 연구 및 생산이나 시설에 대한 투자 문제, 조세에 대한 지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바이오의약품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인식 개선도 당부했다.
그는 "바이오의약품의 개념에 대해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며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조차도 바이오 신약을 물어볼 때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의약품이라는 전체 숲을 보고 이야기 하는 분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풀어야 할 숙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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