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昏庸無道). 지난해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사자성어였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의미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지칭하는 혼군과 용군을 합친 단어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없어짐을 뜻하는 천하무도의 '무도'를 합친 말. 지금 대한민국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이러한 혼용무도의 한가운데에 의료인들이 있다. 이른바 '의료게이트'로 통용되는 수많은 의혹들이 터져나올때 마다 정국이 요동친다. 이로 인해 청문회에는 의료인 수십명이 불려나가는 유례없는 일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인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속시원히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국가의 원수까지 흔들리는 상황속에서 수없이 터져나오는 의혹의 의학적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의료게이트 속으로 밀려들어갈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떠올렸다. 지난 2016년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연봉과 의사들의 실제 수입을 오픈하고 리베이트와 지지하는 대선후보까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갔던 그들. 바로 '용감한 의사들'이다.
너무나 조심스러운 주제이기에 그들이 다시 올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역시 그들은 '용감'했다. 오히려 위험한 말이 나온다 해도 단 한마디도 편집하지 말고 그대로 실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그래서 성사됐다. '용감한 의사들 리턴즈'. 신데렐라 주사부터 비아그라를 넘어 자신들의 선배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 주치의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의사'로서 소신으로 지적과 비판을 쏟아냈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데렐라·백옥주사 상습 투약은 기정사실…마약 중독은 아냐"
오산유니콘(40대. 산부인과 개원의)=요새 산부인과가 워낙 어렵잖아. 비급여 주사란 주사는 다 들여와서 해봤어. 나도 직접 다 맞아봤지. 감초주사, 마늘주사, 태반주사, 비욘세 주사라는 백옥주사까지.
박근혜 대통령 2012년부터 얼굴을 쭉 봐왔는데 정말 얼굴도 많이 바뀌고 특히 눈 밑에 라인들이 엄청 달라졌어. 아마도 물광주사는 엄청 맞았다고 봐. 박 대통령이 그런걸 잘 알지는 못했을꺼고 최순실이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맞지 않았나 싶어. 얼굴도 탱탱해지고 몸도 좀 편해지고 하니까 점점 더 많이 맞게 됐겠지.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마약 중독은 의사로서 너무 터무니 없다고 봐. 일부 제기되는 약물들이 마약도 아닐 뿐더러 마약으로 쓰기에도 너무 약해. 중독성도 크지 않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약 중독자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렇게 얘기 못해 그렇게 일상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거든.
이런 부분들을 대한의사협회 등이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적인 쟁점이 나오면 직접 나서 다 정리를 하거든. 최소한 정확하게 요점과 쟁점을 설명해야 하는 전문가단체가 이렇게 팔짱끼고 있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인천초코(40대. 정신과 전문의)=내가 정신과잖아.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청문회도 봤지만 졸피뎀, 스틸녹스, 자낙스 나도 많이 쓰는 약들이야. 졸피뎀 같은 약은 내과에서도 엄청나게 처방하는 약인데 마약은 무슨 마약. 자낙스가 문제이기는 한데 최순실이 공황장애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공황장애가 정말 있다면 그 약을 처방하는게 맞아. 전혀 문제없는 처방이야.
일부에서는 마약중독이라 이를 해독할려고 마늘주사, 태반주사 맞았다고 하는데 마약중독자들 수두룩 하게 보는 나로서는 그 어떤 중독자도 자기 몸을 생각해서 주사를 맞는 경우는 없어. 무슨 마약중독자가 해독을 생각하나. 박 대통령을 마약중독으로 몰아가는건 무리가 있는 설정이라고 봐.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게 2000년전에는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대마가 나눠져 있었거든. 근데 이후 마약류관리법이 나오면서 마약류로 통일됐어. 졸피뎀, 자낙스 등이 마약류의약품이라고 불리는 것은 맞다는 거지. 그런데 정말 그걸 마약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마약중독자 천국이고 의사들은 다 마약 공급책이 되버리는 거지.
목동몽키(30대 후반.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번 사건이 파장이 엄청난 건 맞는 것 같아. 사실 주제와 좀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지만 환자들이 엄청 문의하고 있거든. 근데 사실 감초나 마늘 정도 알고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야. 나한테 와서 여기서 하냐고 물어보곤 하거든. 헌데 내가 요즘 얘기하고 있어 비지니스적으로 권유하는 거지.
아, 물론 타깃 테라피는 아니야. 그저 이런 질환 치료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뭐 그렇게 설명하는 정도? 서포트로 권유하는 것이고 옵션이지. 사실 비급여 주사는 그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일인가 싶고.
(편집자주) : 비급여 주사 이야기는 자연스레 비아그라 논란까지 이어졌다. '단 한마디'도 편집하거나 완화하지 말고 그대로 써달라는 그들의 요구에 힘입어 간단하게 소개한다.
오산유니콘=근데 말야. 비아그라 말인데.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건 의학적으로 일부 검증은 된 건 맞아. 고산병 치료로 구입했다고 우긴다면 의사로서 그렇게 볼수도 있겠는데. 근데 팔팔정을 샀단 말이야. 그건 누가 봐도 자기끼리 먹겠다는 의도잖아. 차라리 비아그라를 그렇게 샀으면 핑계라도 댈텐데 팔팔정으로는 말이 안되지 않아?
인천초코=최순실이 야매(일본어 야미 闇(やみ)가 어원. 어둠, 암흑이라는 뜻으로 정상 경로가 아닌 뒷거래 등을 의미)를 좋아한다고 하잖아. 그게 영향을 준거 아닐까? 근데 왜 돈을 주고 샀는지가 더 이해가 안돼. 말 그대로 청와대인데 그냥 가져오라면 알아서 박스로 가져왔을텐데. 보니까 태반주사도 제네릭(복제약)을 썼더라고. 돈이 아까웠나.
"분당 3인방 인사 지금도 이해 안 돼…비선 인사 자체가 문제"
(편집자주) :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국 의료게이트의 핵심인 대통령 주치의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지적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낙하산 논란부터 업무 능력에 대한 검증까지 그들이 쏟아낸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정리한다.
강북팬더(30대 후반. 대학병원 전임의)=분당 마피아라고 불리는 3인방. 정진엽, 서창석, 전상훈 모두 능력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솔직히 서창석, 전상훈은 잘 몰랐었고 정 장관은 적이 없고 합리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대라는 조직이 그렇다. 서로 다 잘났기 때문에 서로 인정 안하고 뿔뿔히 흩어져 있는 그런 모습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 장관도 그렇고 참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오산유니콘=솔직히 들어보지도 못한 서창석, 전상훈 이런 사람들이 진짜 그 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들인가. 누군가는 최순실에게 선을 댔다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대병원장, 복지부장관 최순실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자리 아닌가. 전부 동문 선후배들인데 누군가 선을 잡고 달라붙어서 끌고 갔을거다.
사실 산과 의사가 주치의 하는 것도 처음부터 이해가 안됐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해가 되지 않을 일. 일부에서는 제주도까지 가서 출산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남는게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병원장한거?
목동몽키=솔직히 난 다르게 본다. 분명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해방 이래 사실상 최초로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이 나왔고 전상훈은 역사상 최초로 비 서울대가 병원장이 됐다. 산과 교수가 주치의가 된 것도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들이 대체 뭘 잘못했지?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이례적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수원카우(40대. 가정의학과 전문의)=나도 비슷하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최순실 뒷배를 탔건 안탔건 능력만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정진엽 장관 메르스 사건 등에 업고 왔다. 의료인 출신이 없어서 방역이 뚫렸다면서. 하지만 A형 독감 그대로 다 뚫리지 않았나. 대체 의사 출신으로 뭘 한건가 그럼. 결국 원격의료 하나밖에 없지 않나.
적어도 의사출신 이라면, 자기가 특허를 가질 만큼 의사로서 소신이 있다면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엇일가를 제시해야지 그냥 밀어붙이기 밖에 더했나. 의사로서 동료 의사들을 설득해 원격의료를 가던지, 아니면 독감을 막아내던지 뭐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사 출신 장관으로 오히려 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정 장관이 일만 똑바로 했더라면 최순실 때문에 들어왔건 아니건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산유니콘=결국 국정농단이라는게 시스템 안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비선을 통해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서 나온 문제라고 본다. 결국 의료게이트도 최순실이 밖에서 사람들을 낙점해 시스템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생긴 문제다.
인천초코=모든 이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목동몽키 말대로 나도 그 3인방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라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임명되는 과정에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정상적인 절차로 그들이 그 자리를 맡았고 그들의 역할을 잘 해냈다면 문제될 일이 있었겠나.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 모두가 좋은 연설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최순실이 써줬다는 것이다. 연설문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비선에서 작업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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