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내용이 있다. 인간이 지켜야할 수많은 도덕적 행동 중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극히 제한적인 부분을 법으로 다스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윤리를 지키는 것은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평가 받는다.
그런데 요즘 국회를 통과하는 각종 의료 관련 법을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법의 정의가 헷갈린다. 이것이 과연 최소한의 규범인지 의문이 든다.
당장 의료계 내부에서 일명 '개목걸이 법'이라고 칭하는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법안을 보자.
의사는 전문과목을 표기해야 하고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각각 신분을 밝혀야한다. 대학병원 레지던트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관계로 인턴과 같은 '의사' 명찰을 달고 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개원가에 근무 중인 수많은 간호조무사도 명찰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환자가 명찰을 확인한 후 전문의 진료를 요구한다면 대학병원 병동, 응급실 등 진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설명의무법은 어떠한가. 중대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수술을 받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물론 합당한 요구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수술 전 설명은 이는 이미 상당수 의료기관에서 개별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 특히 깐깐해진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어쩔 수 없는 변화이며 이를 지키지 못해 의료분쟁이 불거졌을 때 따끔한 법적 제재가 뒤따른다.
이처럼 이미 환자설명에 대해선 법적인 테두리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법이 필요한 것일까.
심지어 최근에는 의사의 기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법으로 규정할 태세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권역응급센터 환자전원 금지법안 얘기다.
의사는 의과대학 시절부터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며 환자를 앞에 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리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도록 배우고 또 그렇게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응급환자 전원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당장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환자를 살리는 것이 의사의 존재 이유인데 아무런 이유없이 환자를 전원하겠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응급의료계 현장에서는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자칫 법에서 정하지 않은 전원 허용 환자군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포함하면서 법 이외에 도덕적, 윤리적 행동은 무시해도 되는 상황으로 내모는 격이다. 일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이는 자존심의 문제다. 파렴치한 조직으로 내몰고 있다"며 깊은 회의감을 토로한다.
각 법 제정 및 개정안의 취지나 명분이 틀렸다는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법은 도덕, 윤리의 큰 범주 중 최소한의 것을 담는 것이라는 법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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