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경계를 다룬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같은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 학술단은 지난 한 해 선고된 의료관련 판결을 분석해 총 9건의 판례를 선정 최근 발표했다. 이 분석 결과는 의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신 교수를 비롯해 유현정 변호사(유현정 법률사무소),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 이정선 변호사(법률사무소 건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등이 판례 분석에 참여했다.
이들 변호사는 법원 도서관 판결검색 사이트에서 지난해 선고된 판결 중 '손해배상(의)' 판결 약 150여건과 법원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주요 판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건 및 쟁점에 관한 판결 등을 찾아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9건으로 추렸다.
▲의료인이 다중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했을 때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을 위법하다고 한 판결 ▲제왕절개 수술 시 불임수술도 함께 청약했지만 불임수술을 하지 않아 임신한 사례 ▲임의비급여 진료 동의의 전제로서 설명의무를 구체화 한 사건 ▲병원감염에서 감염을 추정해 책임을 인정한 사례 등이 선정됐다.
이밖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한 내용을 한의사가 신뢰하고 치료한 경우 한의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병원 책임을 100% 인정한 사례 ▲개방병동과 폐쇄병동의 주의의무에 관해 설명한 사례 ▲정신질환자 보호입원 헌법불합치 결정 등도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치과의사의 미간 보톡스 시술이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법률전문가들의 입장.
의변 학술단은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이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중심해야 하므로 면허범위가 유동적이라고 봤다"고 운을 뗐다.
대법원 판결 당시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는 의료법령이 안면부에 대한 치과적 진료 목적에 따른 진료에 한하는 것이므로 유동적일 수 없다는 게 반대의견이었다.
학술단은 의료법 2조에 의사와 치과의사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학술단은 "치과나 구강과 무관한 눈가와 미간에 시행한 보톡스 시술도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라고 한 다수의견은 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치과대학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악안면에 대해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치과진료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당연히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한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반대의견을 지지했다.
의료인 면허범위에 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을 감안할 때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했다.
학술단은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목적을 고려하고, 건강보험법 상 요양급여와 비급여를 구별함에 있어서도 진료목적을 고려하는 게 일련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독 안면부에 대해서만 치과의사의 면허범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의료행위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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