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69차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주요 안건과 쟁점은|
대한의사협회 69차 정기대의원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안건과 쟁점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의협회관 재건축과 KMA POLICY 등 새롭게 예산이 투입되는 안건이 많은데다 내년 회장 선거를 앞두고 투표 방식에 대한 논쟁도 거세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선을 2주여 앞두고 의료계의 현안을 집대성하는 총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정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의 의미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안건인 '의협회관 재건축'…특별회비가 관건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이번 정총에서 가장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의협 회관 재건축안이다.
지어진지 43년이 넘은데다 노후화로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는 회관환경개선준비 TF팀을 구성해 이전과 재건축, 리모델링 등에 대한 검토를 거친 끝에 현 위치에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번 총회에 부의안건으로 상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관건은 예산이다. 회관 재건축에 필요한 비용은 임시 사무실에 대한 임대, 관리 비용 27억원을 포함해 약 281억 9700만원.
집행부는 현재 협회가 보유한 65억원의 자산을 모두 투입하고 나머지 비용을 회원 특별회비와 기부금, 은행 융자, 연수교육 평가단 운영 지원 수익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문제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회비다. 재건축안이 통과될지 여부도 대의원들이 특별회비를 수용하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행부는 현재 회원 한명당 1년에 5만원씩 9년을 걷는 안과, 5만원씩 5년을 걷는 안, 5만원씩 2년을 걷는 안 등 세가지 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회원 한명당 10만원에서 45만원까지 분할해서 납부하는 형태. 하지만 지방의 대의원 등은 현재 회관의 상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데다 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는데에 대해 타당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에서 예상외로 논쟁이 붙을 수 있는 확률도 있다.
추무진 회장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회관인 만큼 회원들의 힘으로 다시 세우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회원들을 잘 설득해 십시일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기표소 설치…선거관리규정 개정 열쇠
전공의들과 공중보건의사들의 요구에 의해 상정되는 기표소 설치를 포함한 선거관리규정 문제도 최대 쟁점 중의 하나다.
이 안건이 나온 배경은 의협 선거관리규정에 회장 선거일이 임기만료일 직전 3월 세번째 수요일로 명시돼 있는데서 출발한다.
이 날짜가 전공의들과 공보의들의 훈련소 입소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기표소가 없이는 약 150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이 문제를 제기하며 기표소 설치를 요구했고 추무진 회장이 이를 공론화해 상임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며 마침내 기표소 설치 문제가 총회에 상정됐다.
추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우편 투표가 수취인 불명 등으로 반송률이 높고 관심조차 낮다는 점에서 기표소 투표가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36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우편투표의 접수 대비 반송률이 14.1%에 불과했지만 지난 39대 선거에서는 65.2%까지 올라갔다.
추무진 회장은 "전자투표와 우편투표로는 투표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어 의협회장 선거때마다 대표성 논란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기표소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와 공보의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는 있다해도 일단 투표 방식이 늘어나는데 부작용이 있는데다 과거 부정선거 등의 전례가 있다는 점이 한계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한 투표 종료 후 투표함 봉인과 보관 후 개표를 위한 장소까지 운송하는데 보안 문제와 예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따라서 과연 이번 총회에서 기표소 설치를 두고 대의원들이 어떠한 의견을 내놓을지와 향후 젊은 의사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들의 정치력 시험대·KMA POLICY 검증대
이번 총회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또 한가지는 의사들의 정치력과 KMA POLICY에 대한 대의원들의 생각이다.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이례적으로 대선을 2주여 앞두고 전국 의사들이 모이는 장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정치력이 시험받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의협이 전국 반모임 등을 통해 1인 1정당 가입운동과 선거인단 참여, 보건의료 아젠다 설정 등을 도모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확률이 높다.
집행부는 물론, 대의원회, 대선참여운동본부는 전방위적으로 네트워크를 동원하며 대선 후보 초청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국회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데도 힘을 쏟는 분위기다.
의료계의 현안을 알리는 동시에 정치력을 보여주고 새롭게 출범하는 KMA POLICY를 홍보하는데도 좋은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추 회장은 "최대한 많은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을 모시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하지만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워낙 선거운동 기간이 빠듯하다는 점에서 성패는 열어봐야 알 듯 하다"고 전했다.
이날 사실상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이는 KMA POLICY에 대해 대의원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KMA POLICY는 지난해 정관개정에 따라 운영 근거가 마련됐으며 현재 심의위원회와 법제윤리분과위원회, 의료 및 의학정책분과위원회, 건강보험정책분과위원회로 구성을 마친 상태다.
또한 수가협상 범위와 분만 취약지 해결 우선순위 등 총 12개의 아젠다를 만들어 이번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의견을 묻게 된다.
이러한 아젠다는 현재 의료계의 현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현재 KMA POLICY는 운영 예산으로 3억여원을 신청해 올려놓은 상태. 하지만 이러한 예산의 적정성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견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임대료, 시설비 등이 필요하지 않은 인력 중심의 조직에서 3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한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이유다.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의협 재무이사를 포함해 서울시의사회장 등을 거치며 예산을 짜고 다듬는데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최대한 불필요한 예산을 깎아 최적의 상황을 맞춘 만큼 대의원들도 동의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 윤리강령도 논쟁 여지…비대위 해체 가시화
수차례 회의와 공청회를 거치며 마련한 의사윤리강령도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다. 강력한 자율정화권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한 조항들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회에 상정되는 의사윤리강령에는 낙태 조항을 비롯해 샤프롱제도, 제약회사 리베이트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충분히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 사안들을 굳이 윤리강령에 넣어야 하는지와 논란이 많은 샤프롱제도를 포함시킨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수차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비대위의 운명도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동력과 의미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
관건은 후속 조치다. 비대위를 완전히 해체하고 안건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안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총회에 이례적으로 비대위를 위한 시간을 할애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비대위의 활동상황을 점검하고 대의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일부 해체에 대한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아직 정확히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재구성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필요할때 다시 만들자는 의견도 있는 만큼 이러한 의견 모아지면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일부 대의원들간에 의견이 상이한 안건들도 상정돼 있지만 이미 수차례 논의를 통한 안건인데다 총회 전날 끝장 분과토의를 거쳐 충분히 다듬어지는 만큼 대의원들 또한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고민과 결정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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