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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행복하려면? 쉬는 날을 만들자"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10-19 11:55:19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1)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1)

의사 중 암에 걸리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종종 있다.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도 종종 있다. 그 의사들은 일만 죽어라고 하다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모르고 생을 마감한다. 셰익스피어가 '인간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그러니 인생을 너무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만약 암이나 다른 병을 초기에 진단하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오래 살려면 치아건강이 중요한데, 적어도 1년에 1~2번은 치아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진료를 쉬는 날이 있어야 한다.

개원 10년 정도가 지나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 오후를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원한 지 15년 정도쯤 둘째, 넷째 주말을 쉬었다. 처음에는 방송 스케줄이 잡히고 팟빵을 하느라고 쉬었지만, 방송이 끝난 후에도 쉬어 보았다.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환자를 보느라고 못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평일 낮에 사람들과 미팅도 하고, 치과에도 가고, 검진도 하고, 영화도 보고, 다른 병원 벤치마킹도 가게 되었다. 행복지수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쉬는 날 병원과 관계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며 미팅을 하면서 병원 안에만 있으면 할 수 없을 일들을 했다. 돈을 버는데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람을 사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일만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놀기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CEO는 의사들처럼 현장이나 일선에서 일하지 않는다. 직원과 회의하고,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중요한 사람들과 골프를 치고, 미팅을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청사진을 계획하고, 그것에 점점 다가가는 일들을 한다.

만약 병원이나 사업을 키우고 싶다면 CEO처럼 행동을 하고, 경영을 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었거나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은 경영을 하지 직접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다. 약간의 쉼과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한다.

아플 때와 여행할 때의 공통점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러 아플 수 없다면 가끔 여행을 가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만약 경영 마인드가 있고 어느 정도 병원이 유지가 된다면, 적당한 시점에서는 진료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경영을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혼자서 돈을 버는 것과 직원을 여러 명 두고 돈을 버는 차이가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의사는 하루도 안 쉬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아침부터 밤까지 환자를 본다. 주말에도 새로운 학문을 배우러 학회에 가고,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골프를 치는 것도 또 다른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간다. 그렇게 강박적으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일중독자로서 사는 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삶이다.

개원 21년차로서 동료의사나 후배의사에게 꼭 쉬는 날을 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고3 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의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오래 버티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초창기에 실탄을 다 써버리면 나중에 싸울 총알이 없어진다. 체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고, 삶도 무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껴서 놀고 쉬는 데에 쓰라고 얘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고 불안할 것이다.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하겠지만, 그런 마음을 없애고 환자가 왔을 때 더 잘 해주면 된다.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처음에는 손해처럼 느껴지지만 쉬다보면 결국 그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쉬는 날에는 특히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했으면 한다. 치과 스케일링도 권한다. 어렸을 때 꿈꿨던 취미생활을 하거나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병의원을 벤치마킹 하러 다녀도 좋다.

의업이 아닌 일을 하러 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사는 것도 보게 되고, 아이디어도 생기고,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된다.

쉬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의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일정표에 공부나 일을 하듯이 휴식을 계획해야 한다. 일과 휴식을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게 기획해서 나와 가족, 현재와 미래, 경제와 건강, 행복과 긴장이 밸런스를 이루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놀면 환자가 떨어지고, 너무 강박적이면 내가 안 행복하고 어떻게 밸런스를 이룰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선배들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50세가 넘어서 개원 21년이 되면서, 삶을 중간정리 하다가 깨달은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일과 가정과 휴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나보다 더 빨리 깨닫고 실천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생각을 하면, 알았으면 실천 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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