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획 의도는 엄연히 '어서와, 영업·마케팅은 처음이지'. 선배의 꿀팁을 모아 후배에게 전해주는 것이었는데 선배-후배와 시대적 간극이 컸다.
인맥에서 아이디어를 캐는 아날로그 선배는 대원제약 계영일 호흡기 마케팅 1부 팀장, 온라인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디지털 후배는 나형준 마케팅 코대원 포르테 PM이다.
계영일 팀장은 2000년부터 입사해 영업부터 마케팅까지, 외자사에서 국내사까지 17년간 잔뼈가 굵은 베테랑, 2013년 입사한 나형준 PM은 바이오 붐이 일던 시기 미래를 보고 입사 원서를 낸 소위 '요즘 청년'이다.
각자 다른 행성에서 온 만큼 훈훈한 훈수는 없던 일이 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그냥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각자의 이야기 속에 서로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3일 칼 바람을 뚫고 대원제약을 찾았다. 계영일 팀장, 영업 베테랑 출신답게 마치 구면같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계영일 팀장, 2000년 제약업계 입사 이래 17년이 지났다. 의약분업과 쌍벌제, 공정경쟁규약 강화, 김영란법 등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외자사 영업에서 시작해 2011년 대원제약에 마케팅 부서에 둥지를 텄다. 불혹을 넘긴 지점에서 새롭게 보이는 게 있을까.
"영업을 할 때 우리는 사실 매뉴얼대로 했어요.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디테일을 어떻게 하면 더욱 세련되게 할까를 고민했죠.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얻기 위해 자주 만나고 자주 말하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니까 오히려 젊은 후배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감성 영업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선배라도 배울 점이 많다고 봐요."
시간과 요일을 정해 방문하는 루틴한 영업이 과거의 방식이라면 요즘은 조금 더 창의적인 접근이 이뤄진다는 것. 나형준 PM이 거든다.
"영업사원 대 의사로 만나면 그저 비즈니스 관계이지만, 30대 젊은이와 50대 삼촌(?) 정도의 관계로 만난다면 더욱 인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이를 테면…"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최근 인기 있는 영화 정보를 알려주거나 뜨는 장소, 놀이, 유행을 알려준다. 취미가 맞는다면 운동을 같이 하거나 방탈출 카페에 같이 놀러가기도 한다. 영업이라고 해서 비즈니스로 접근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둘 모두 영업에 몸담았지만 이제는 마케팅에서 새로운 적성을 찾고 있다. 마케팅의 일과는 이렇다.
매일 품목 별 제고 파악, 출하량 조사, 제품 생산 일정 조율, 변동되는 식약처 허가 사항 확인, 경쟁 제품 상황 확인 후 가공 재배포, 디테일링 툴 제작, 회의 보고 자료 제작, 영업사원 미팅과 공동 디테일링에 시장조사까지.
이 모든 일과가 영업사원일 때는 보이지 않던 지점들이다.
나형준 PM은 "영업 활동을 할 때는 솔직히 마케팅 부서가 그저 제품 홍보 판촉물이나 만드는 곳인 줄 알았다(웃음)며 "실제 마케팅 팀에서 일하다 보니 재고와 시기별 출하량 조율, 생산과의 연결고리도 있고, 기존 제품과의 시너지 모색 등 신경 써야 하는 게 한 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참 마케터로서 고민도 깊다. 품목의 런칭부터 사장되는 한 싸이클링을 아직 다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
이번엔 계영일 팀장이 거들었다. 계 팀장은 "런칭부터 사장까지의 싸이클링을 거역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마케터로서 최대한 성장을 유지하고 오래 늘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이해에 덧붙여 우리의 첫째 고객이 영업사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마케터로서 노력한다 해도 영업팀이 현장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 마케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한 고민에 덧붙여 어떻게 하면 영업팀의 마음을 얻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계영일 팀장은 "마케팅 부서의 최고의 고객은 영업 팀이다"며 "현장에 나가서 그들과 자주 소통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작정 실적을 채워야 한다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영업팀을 말 그대로 고객이라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계 팀장은 지난해 모 의사회와 지속적인 심포지엄을 통해 영업사원과 의사회 임원진들과 교류의 장을 제공했다. 영업팀에 인적 교류라는 혜택을 제공해 영업팀이 스스로 호흡기 품목을 선택하거나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나형준 PM은 "영업을 할 때는 마케터들이 이렇게 배려해 주는 줄 몰랐다"고 무릎을 쳤다.
프로모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을까. 역시 계영일 팀장은 아날로그, 나형준 PM은 디지털 세대였다.
계 팀장은 "아날로그 스타일로 타 제약사 사람들을 만나 프로모션 툴에 대해 정보도 얻고 말하지 않는 정보는 느낌으로 종합해서 결과를 도출한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고 귀띔했다.
나형준 PM은 "출근길에 시간을 쪼개 온라인 강의 테드(TED)를 시청한다"며 "다방면의 인사들의 강연이 제약과는 다른 영역인데도 묘하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시장조사뿐 아니라 경쟁사 현황을 파악하기도 한다"며 "글 하나 하나에 놓치기 어려운 진실이 묻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온 과거는 늘 아쉽다. 영업을 거쳐 마케터로서 막 날개를 펼치고 있는 젊은 후배에게 해 줄 말은 없을까. 계영일 팀장의 경험담 혹은 반성문은 다음과 같다.
1. 우순 순위를 정해 일처리를 할 것
2. 품목은 '나의 자식'이라고 생각할 것.
3.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는 것보다 나가서 머리를 식힐 것.
4. 틈틈이 영어공부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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