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지만 가장 완벽하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직업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게 바로 의사. 그 중에서도 산부인과 전공의다."
최근 만남을 가진 한 여성 병원장의 말이다. 지금의 그 또한 이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지만 의사로서 가장 힘든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같은 답을 내어놓았다.
임신과 출산을 10년간 배웠지만 자신에게 이 일이 가장 어려웠다는 자조섞인 농담이다.
실제로 그는 국내 유수 의과대학을 나와 우수한 성적으로 인턴을 마쳤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토록 꿈꾸던 대학에 남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일부에서 제기한 것과 달리 눈에 띄는 차별이나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개원을 하고서야 온전히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예라는 시선을 보낼 수 있겠지만 의료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엄마가 되기 힘든 직업군이라는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의료직인 간호사는 이미 임신순번제 등이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2016년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 가임 여성 근로자가 100인 이상의 병원 100곳 중 출산휴가자의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가임기의 여성 간호사 100명 중에 불과 5명만이 출산을 보장받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또한 평균에 불과할 뿐 하위 병원은 아예 100명 중 출산을 한 간호사가 없는 곳도 많았다.
이러한 경향을 증명하듯 최근 열린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예비 간호사들 즉 간호대학 학생들에게 희망 근무 연수를 묻자 10.6년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다수 간호대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23세에서 24세에 면허를 취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3세에서 34세까지만 일할 수 있어도 희망적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여성들의 결혼과 임신, 출산 연령과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 즉 아직 간호사 면허를 받아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나이를 넘어 임상 현장에 남기 힘들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총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10년전보다 더 줄어들면서 별다른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에 대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10년전부터 수많은 기관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간호대 신설부터 유휴 간호사 확보까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예산과 시간을 들이고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돈과 시간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백의의 천사를 꿈꾸며 간호대학에 들어온 여학생들이 34세에 은퇴를 결심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정부에서 지원하는 출산 의료비나 축하금, 바우처일까? 그들은 그저 눈치보지 않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는 여성성이 보장되는 문화를 원할 뿐이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OECD 대비 활동 의사와 간호사수의 부족이 아니다. 34세에 은퇴를 결심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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