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약 '글리벡'이 처방권에 진입했을 때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치료적 대안이 없던 환자들에는 기적의 약과 같이 묘사되며, 사회 전반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낳았다. 실제 전문가들도 글리벡 등장 이후 해당 질환의 치료 양상은 완벽히 탈바꿈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공중파에 이름을 올리는 항암제가 다시 한 번 등장한다.
특정 타깃에만 작용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 글리벡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처방권 진입은 난치성 암종에 혁신으로까지 비유되는 모습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작년 8월을 기점으로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 보험급여 이후 처방이 가능한 암종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방광암, 신장암, 두경부암, 호지킨 림프종, 위암, 간암, 대장암 등 이미 허가를 받았거나 예정인 암종만 여럿된다. 말그대로 처방 범위 확대에 광폭행보를 걷는 것이다.
하지만 체내 면역체계를 이용한다는 이들 신개념 면역항암제들이 표방한 혁신성 이면에 가려진 문제점은 없는 걸까?
본격 처방이 시작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유용성과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고 있다.
'PD-L1 발현율'이라고 하는 특정 바이오마커를 설정해 놓았지만, 어떤 환자에 특히 치료 효과가 좋은지 확실치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이전 항암치료 전략과는 작용기전이 완전히 다른만큼, 기타 장기에서 예상되는 부작용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PD-1, PD-L1 계열 면역항암제들이 전혀 다른 작용기전의 약물이 아닌 비슷한 계열의 약물로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면역항암제 진입이 빨랐던 미국 및 유럽지역에서는, 국제 암전문가 컨센서스 통해 부작용 관리지침을 활발하게 내놓는 이유기도 하다.
치료 옵션이 없던 난치성 암종에 신약의 진입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마지막 치료 카드가 절실했던 환자들에는 실낱 같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쓰임새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면역항암제들이 관리되지 않은 혁신성에 발목 잡힐지,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놓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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