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학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이대목동병원 사건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 화제가 되고 있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은 아기를 잃은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이대목동병원의 책임있는 후속조치 그리고 신생아 의료진의 자성과 보건당국 개선방안 협조 및 제도개선 요구 등을 담았다.
그리고 인큐베이터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생아 생명을 위해 사명감과 열정으로 아기들 곁을 지닌 의사들의 노력과 피고인 신분인 이대목동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그동안 노력을 잊지마라 달라는 의료현장의 애절한 심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신생아학회의 입장문 발표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의료단체의 기존 입장문, 성명서와 다른 진정성이 담겨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은 SNS를 통해 "신생아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따뜻하지만 또한 단호한 성명 이었다"면서 "많은 분들께 위로와 위안을 그리고 신뢰와 공감을 주신 듯하다. 존경받아야 할 많은 의료인들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답변했다.
세종청사에서 만난 복지부 공무원들도 "학회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의료단체 성명서와 입장문 중 최고의 명문이다", "공무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등 공감의 뜻을 표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바라보는 의료계 입장은 여전히 차갑다.
허술한 시스템을 방치한 보건당국과 병원 경영진을 뒤로 하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밤새 근무한 의사와 간호사의 구속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신생아학회도 그동안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학회 임시총회를 통해 상황이 급변했다.
현장에 근무하는 전국 신생아 전문의 130명 중 60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희생과 헌신한 신생아 의사들이 사과와 자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신생아학회 임원진은 회원들을 설득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관련 연이어 열린 국회 토론회 자리를 지킨 김기수 회장(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유족들과 환자·시민단체, 복지부 입장을 경청하며 진정성 있는 입장 발표를 절감했다.
김기수 회장은 "국회 토론내용을 녹음해 전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입장문은 비상총회를 통한 토론과 변호사 자문을 거쳐 완성됐다. 4가지 버전 중 사과와 위로, 자성 그리고 제도개선의 뜻이 담긴 입장문을 채택해 의사 회원들에게 공지했다"며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친 입장문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신생아 생명전선에서 합법과 불법 사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전국 신생아 전문의들이 '아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하나가 된 셈이다.
의료단체 권위는 의학적 전문성 못지않게 국민 눈높이의 진정성과 설득력을 견지할 때 바로 설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신생아학회가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에 던지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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