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장비 의무화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기준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수술실 장비를 의원급에서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에서 '수술실'의 개념 정의에서부터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의료기관시설기준전문가위원회가 1차 회의를 갖고 수술실 장비 기준,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의무화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위원회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직역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5년 5월 전신마취를 하는 의원에는 수술실을 갖추고 수술실에 응급의료장비와 정전 시 대비할 수 있는 예비전원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대신 의원들이 관련 장비를 구비할 수 있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유예기간 종료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상 6월부터 적용될 의료법 시행규칙은 전신마취를 하는 외과 의원들로 제한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 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 등을 구비해야 한다. 정전됐을 때 전자 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축전지나 발전기 등 예비전원 설비도 갖춰야 하며 공기 정화설비도 해야 한다. 내부 벽면은 불침투질로 하고 콘센트 높이는 1미터 이상 유지해야 한다.
1차 회의에서는 '수술실'에 대한 개념을 놓고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의견 대립을 이룬 것을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수술실의 개념을 전신마취를 하는 장소로 축소하고 있으며 의료계는 국소마취를 하는 곳도 수술실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수술실이라는 개념은 전신마취에만 해당하고 국소마취 후 이뤄지는 것은 처치실이라는 표현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단순히 단어만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수술실에 대한 급여 산정 코드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전신마취 수술에 대해서만 수술실이라고 하면 급여청구나 실손보험 등에서 혼란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는 앞서 수술 난이도에 따라 장비 의무화 기준에 차별을 둬야 한다는 제안을 정부에 한 바 있다. 수술실을 무균상태부터 국소마취 등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단계까지 4등급으로 분류해 현실성 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외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시민단체는 일단 법 시행부터 하자는 입장인데 의원급이 감당하기에는 설비 기준이 너무 과도하다"며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위한 비용도 비용이지만 의원은 일반 건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현실에 맞지 않는 게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건물에 개원했다면 비용을 투자한다고 개선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술실 장비 의무화 법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개선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술실 명칭 문제 외에도 의무화 장비 중 공기정화설비가 있는데 이는 감염관리 강화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의원에서는 공기보다 접촉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실속이 있는가 하는 지적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외과계 의사회가 제안한 수술 난이도에 따른 장비 의무화 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5월 전에는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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