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어느정도 인정되지만,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 동반 질환 관리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변화된 고혈압 진단 기준에 맞춰 엄격한 혈압조절 치료를 시행하는데 따른 이상징후가 하나 둘 포착되기 시작했다.
앞서 작년말 미국심장학회 및 협회(ACC/AHA)가 수축기혈압 130에 이완기혈압 80이라는 새 고혈압 진단기준을 내놓으면서 학계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미국 학회와 달리 유럽 학계에서는 이러한 강력한 고혈압 진단기준에 반기를 들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것.
최신 실태조사를 통해 엄격한 혈압관리가 갖는 제한점을 지적한 쪽도 유럽 고혈압 학계였다.
최근 열린 제28차 유럽고혈압학회(ESH)에서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고혈압 환자에서 강력한 혈압조절이 사구체여과율(eGFR) 감소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기능 평가에 잣대가 되는 사구체여과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신장질환 발생 위험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논란의 소지가 컸다.
사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집중적인 혈압 관리가 이뤄진 환자군에선 만성신질환(CKD) 동반 여부에 관계 없이 사구체여과율을 30~50% 떨어뜨리는 위험 소지가 제기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결과가 사회 공공기관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 내과 교수팀이, 미국 진료지침 개정에 배경이 된 SPRINT 임상과 ACCORD-BP 임상을 따로 분석해 본국이 아닌 유럽학회에 발표한 결과로도 눈길을 끌었다.
"고혈압 강력히 낮춰라" 공허한 외침?…학회간 입장차 분명
정작 고혈압 진료지침 변화의 시발점이 된 미국에서도, 학회간 입장차는 분명하다.
고혈압 진단 기준을 엄격히 낮춘 미국심장학회 및 협회(ACC/AHA)와 달리, 미국내과학회(ACP)와 미국가정의학회(AAFP) 및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최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140/90이라는 기존 치료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는 입장을 밝혔다.
내과학회 측은 "당뇨 환자나 만성신장질환에서도 고위험군과 같이 130/80이라는 동일 기준으로 목표혈압을 잡고 있다"면서 "특히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혈압 기준을 무리하게 낮춰 잡을 때 급격히 낮아진 혈압으로 인해 오히려 신장기능이 악화되는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수축기혈압을 130 이하로 강력하게 유지한다고 했을때, 이완기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위험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국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선봉에선 대한고혈압학회 마저도 고혈압 진단 기준과 치료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데 따른 임상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제48회 춘계국제학술대회 자리에서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 개정판을 공개하면서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해 기존 140/90mmHg 기준을 원안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국내 환자별 임상적 근거를 충분히 고려한 뒤 가이드라인의 변화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임상적 효용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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