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데도 10분이 지나 병동에 도착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진단과 치료, 설명의무 등 모든 부분에 과실이 없더라도 경과를 관찰하면서 일부 지연된 것이 인정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7민사부는 최근 뇌동맥류 파열로 병원에 내원한 뒤 수술을 받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환자가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발견돼 A병원에 후송되면서 시작됐다.
이 병원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했고 이후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산소포화도와 혈압, 맥박 등 활력 징후가 급격히 떨어졌고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기계 호흡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이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뇌동맥류 진단과 수술이 늦어졌고 설명의무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경과관찰도 소홀히 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뇌동맥류 조기 수술의 정의는 72시간 내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한 교과서적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료진이 72시간 전에 검사와 치료를 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진이 혼미한 상태에 있는 환자를 대신해 보호자에게 뇌동맥류 파열을 방치할 경우 위험성과 치료법, 후유증 등도 충분히 설명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아울러 만약 다른 병원으로 즉시 이송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그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후 경과 관찰에 대해서는 일부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었다는 점에서 활력 징후가 떨어질 경우 즉각 대처했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알람음이 울리는데도 불구하고 포화도가 40%까지 떨어지는데도 의료진이 10분이 지나서야 응급대처를 시작했다"며 "심장마사지와 앰부배깅 등을 시작한 사실은 인정되나 대처는 늦었다고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의료진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것을 의사의 과실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단서를 붙였다.
재판부는 "환자가 이미 뇌내 출혈을 동반한 지주막하 출혈로 인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미 장해와 어느 정도의 치사율은 예상됐다"며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없었다해도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거나 독립적으로 일상활동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서 10분이 지나서 도착한 과실이 중하다고 해도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해 환자에게 2억 9635만 9088원을, 가족 두명에게 각각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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