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패혈증을 감기로 진단해 치료하다 결국 환자가 사망했다 해도 일선 개원의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감기 증상을 호소하며 의원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의료진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누가 봐도 감기 증상과 유사했고 1차 의료기관의 특성상 가능성이 적은 패혈증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7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7월 인후통과 발열, 발한, 오한 등의 증상으로 A의원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A의원 원장은 호흡기 진찰을 통해 인후부 발적 소견을 발견하고 급성후두염으로 진단,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다시 환자는 병원을 찾았고 A의원 원장은 체온과 혈압을 측정한 뒤 급성후두염 외에 흉부와 복부 진찰 소견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 다시 해열 효과가 있는 진통소염제를 처방했다.
계속해서 증상이 낫지 않자 환자는 인근의 B대학병원을 찾았고 이 병원 전공의는 흉부 진찰상 이상이 없다고 보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도록 권유한 뒤 돌려보냈다.
그 다음날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환자는 다른 C의원을 찾아 계속되는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C의원 원장은 인근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이 곳에서 검사를 진행하자 헤모글로빈 수치와 백혈구 수치, 혈소판 수치가 모두 떨어졌고 신부전과 간기능 수치 상승, 황달, CPK 수치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그러자 의료진은 즉시 항생제를 투여 하며 수혈을 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으나 다발성 장기 부전이 심해지면서 한달만에 결국 사망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A의원 원장이 1차적으로 진단을 잘못했으며 B대학병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1심 법원은 패혈증이 급격하게 악화되면 사망률이 60%에 이른다는 점과 환자의 증상이 보통 감기와 증상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A의원 원장과 B대학병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A의원과 B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까지는 혈압과 호흡이 정상적이었고 호흡곤란이나 고열, 황달 등 패혈증 증상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진단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책임이라는 결론이다.
그러자 유가족들은 이러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가장 처음 환자를 진단한 A의원 원장의 책임을 다시 물어 고등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고법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고법 재판부는 "감기환자의 경우 세균성 감염 질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바이러스성 감염이 훨씬 많다"며 "A의원과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감기 증상을 살피면서 초기단계부터 혈청검사, 간기능, 신기능 검사, CRP 측정과 같은 실험실적 진단검사까지 시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적어도 환자가 의원에 내원해 치료받는 동안 보인 증상은 전형적인 급성 후두염으로 보이며 원장은 1차 의료기관에서 통상 진행하는 등 보조적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봤다"며 "일선 1차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환자에게 패혈증 가능성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점에서 원고의 모든 요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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