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제발 상처 난 부위에 이상한 것 좀 바르거나 붙이고 오지 마세요! 얼마 전에 또 이런 분 겪었습니다. 벌에 쏘였다고 된장 바르지 마시라고요."
의사 A씨가 SNS에 게시한 글에 동료 의사들은 환자들이 한 부정확한 민간요법으로 곤란함을 겪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며 자신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 "외국인 난민 XX들 자기네 나라로 좀 꺼졌으면 좋겠다. 세금이나 축내고 범죄나 일으키는 쓰레기 같은 XX들."
의사 B씨는 자신이 의사임을 드러내지 않고 SNS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게시했다. 하지만 B씨의 계정에 있는 다른 게시물을 통해 B씨가 의사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얼마 전 내원한 여성 환자는 암 말기로 연명치료 중이고 30대 초반에 아이가 아직 많이 어리다. 아마도 길어야 몇 달 정도 살 것 같다. 이 분의 남편은 흔히 3D 업종이라 불리는 일을 하시는데 밖에서 일하다가 땀에 절고 그을린 얼굴로 환자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올 때마다 늘 나의 안부를 더 걱정한다…."
의사 C씨는 따듯하고 인간적인 자세로 환자를 대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김선하 교수는 앞선 세 사례 모두 SNS에 게시했을 때 의사의 '품위유지'에 어긋나는 글이라고 봤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사 직역 자체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 대한 인격존중, 권익 보호 태도로 보이는 C씨의 글 역시 환자를 진료하는 위치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을 친밀하고 취약한 부분을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게시했고 공적 신뢰 차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SNS 활동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 의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의협은 지난해 12월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 특별위원회(위원장 안덕선)를 구성한 후 29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 의견 수렴부터 먼저 해보자는 것.
안덕선 위원장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당시 피해자를 담당했던 의사가 SNS에 피해자의 상황을 자세히 남긴 글이 화제에 오르면서 위원회가 만들어졌다"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전 의견 수렴부터 먼저 한 후 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번의 토론회를 거쳐 안을 우선적으로 만든 후 다시 의견수렴의 시간을 가져 상반기 내로 가이드라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의사 스스로 품위 지키고 절제할 때 자율규제권 가질 수 있다"
김정아 교수는 "의사윤리지침에 소셜미디어 활용에 있어 품위를 유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품위라는 단어가 모호하고 애매하기 때문에 개념을 우선 명료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비밀유지, 환자의 프라이버시 존중, 의사-환자의 적절한 경계 유지, 학문적 진실성과 같은 다양한 윤리적 규범들 역시 SNS 활용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임기영 위원도 의사의 품위는 윤리강령에서 기본적 개념으로 철저히 지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외국의 어떤 의사가 택시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었는데 그 지역 의사회가 징계를 내렸다"며 "요금 문제로 다툼을 한 게 문제가 아니라 다툼 과정에서 본인이 의사라는 것을 밝혀 전체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전문 직업인으로서 윤리와 개인으로서 윤리 구분이 현실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의사 스스로가 품위를 지키고 절제할 때만 사회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지위, 스스로 노동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자신의 신상을 올리는 것은 자유지만 이를 본 환자가 항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아 교수 역시 "선한 의도로 게시물을 올려도 읽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의사가 소셜미디어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과 삼가할 행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료윤리학회 한희진 총무이사는 가이드라인으로 문화나 규범을 바꾸려고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이사는 "한국형 직업 전문성이 제대로 성립돼 있고 모든 의사에게 의식화가 돼 있다면 자연적으로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이라며 "문화나 규범, 의식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인데 제도나 법규, 가이드라인 수립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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