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씨의 인수 제의로 관심을 모았던 제일병원 회생안이 무위로 돌아갔다. 대신에 부동산 펀드에 노른자위 병원 땅을 넘기는 방식을 추진한다.
부지 가격만 2000억원을 호가하는 충무로의 핵심 부지를 매각하고 이 돈으로 다시 서울 외곽 지역에 분원을 짓는 방식. 하지만 이 또한 용도 변경 등의 과정이 걸림돌이다.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에 따르면 ARS(자율회생절차)를 주관하는 딜로이트안진과 제일병원 이사회는 그동안 진행했던 인수 절차를 모두 포기하고 부동산 사모 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병원은 법정 관리 이전부터 동국대, 길병원 등과 인수 협상을 진행하며 매각을 추진해 왔다.
특히 법정 관리에 임박해서는 이영애 씨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며 컨소시엄에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모든 협상은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일병원의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간다는 점과 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병원 운영의 노하우 부재 등으로 인수 희망자들 모두 고개를 저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병원이 급하게 부동산 매각을 통한 부지 개발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대한 인수 가격을 낮추고 그나마 매력적인 부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셈이다.
논의가 진행중인 부동산 사모펀드는 제일병원의 채무를 일시에 변제하고 일부 권리금 형태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제일병원 부지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이전받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렇게 자금이 투입되면 제일병원 이사회는 채무를 모두 변제한 뒤 나머지 금액으로 현재 보다 축소된 규모의 분원을 설립해 명맥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현재 제일병원이 위치한 부지는 특급 호텔 등과 인접한 충무로의 노른자위 땅으로 최소 2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일병원의 누적 적자가 1400여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변제하고도 최소 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딜로이트안진과 제일병원 이사회는 이 자금을 모두 분원 건립 등에 재투자 하는 것을 전제로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병원 존속을 통해 이사장을 비롯한 제일병원 이사회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법원에 병원 회생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또한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다는 점에서 법원의 허가 여부와 더불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관심사다.
우선 제일병원이 위치한 부지는 '병원'부지라는 점에서 용도 변경이 필수적인 만큼 서울시가 이를 허용해 줄지가 관심사다. 만약 병원 부지를 상업 용지 등으로 변경하기 못한다면 부동산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원 설립과 부동산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도 난제 중의 하나다. 분원을 설립할 동안 노른 자위 땅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분원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 건물을 철거할 수도 없는 이유다.
분원 설립 기간 동안 의료진과 직원들의 존속 문제도 난제 중의 하나다. 현재도 일부 의사 직종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급여가 계속해서 체납되고 있는 상황.
결국 분원 설립과 체납된 임금 등을 놓고 이사회와 노조간에 일정 부분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부지 매각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유가 됐지만 체납된 임금과 퇴직 직원들의 퇴직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안된 상태"라며 "직원들이 동의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원 설립으로 고용 승계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설립 부지와 규모, 타임 테이블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결국 임금과 고용 승계가 관건 아니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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