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스템 한계 속 첨단기술 통한 일차의료 환자케어 고민 법‧제도 등은 아직 걸림돌…작은 부분부터 가능성 확인
IT기술의 발달에 따라 의료 활용범위가 더 늘어나면서 일차의료에도 첨단기술 접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주치의를 표방하는 가정의학과에서 챗봇 등의 IT기술을 개발하고 활용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
짧은 시간 밖에 환자를 보지 못하는 현 의료시스템에서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무엇이 효율적인가 고민한다면 가야할 방향은 명확"
대한가정의학회는 최근 '가정의, 미래의학을 선도하는 일차의료 주치의'라는 슬로건으로 2019년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변화하는 미래의료 환경에 대비하고 일차의료발전을 위해 정책과 의료과제들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학에서 일차의료는 질병중심이 아닌 사람중심기 때문에 개인화 돼서 모든 건강평가를 해줘야 하고 이 부분에서 일차의료는 IT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차 발전하는 IT기술이 환자 개개인을 만나고 밀접하게 관리하는 일차의료, 가정의학과와 지향점이 같다는 의미다.
이러한 고민의 반증으로 가정의학회는 '일차의료에서 활용 가능한 IT어플 개발과 발전 현황'등 새로운 IT기술과 일차의료를 접목한 세션을 제공했다.
그렇다면 가정의학과가 진료현장에 IT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 의료진은 심층진료를 하기 어려운 의료시스템을 그 이유로 꼽았다.
가령, 만성질환의 경우 환자의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진찰을 해야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충분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환자 진찰 후 다음 재진까지 병원 검사결과 기반의 운동만 처방만 가능하고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약물 및 운동 처방의 변경과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환자가 재진을 받으러 오는 경우에도 생활습관, 운동 처방 준수 여부에 대해 객관화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따른 꼼꼼한 건강관리나, 환자 동기부여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일차의료현장에서 의사가 환자를 일일이 케어하는 개인주치의가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 이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간에 생활습관 모니터링이 가능한 IT기술을 도입하는 현실적 해결방안을 찾게 되는 것.
그중 현재 가장 활발히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챗봇 분야다.
챗봇은 일정한 질문을 할 경우 이에 대해 답변을 해주는 기술로 하는 금융, 쇼핑 등 일상생활에 이미 많이 접목되고 있다.
하지만 일차의료의 경우 학습된 규칙에 따라 한정된 답변만 가능한 룰매칭 챗봇이 아닌 AI를 기반으로 능동적 답변과 지능형 대화가 생성 가능한 상황인지 챗봇을 통한 환자 케어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강북삼성병원은 검진센터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챗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고려대학교안암병원 또한 만성질환 환자들의 생활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챗봇을 정부 과제로 개발하고 있다.
챗봇을 개발 중인 고려대학교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부교수는 "다른과도 마찬가지지만 가정의학과의 경우 환자를 연속적, 지속적, 통합적으로 봐야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봤을 때 IT기술의 활용이 환자의 생활습관 등 활용범위가 더 넓다는 판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자들이 본인의 생활방식이 자신의 질환에 맞는지 틀리지 알고 싶어 하지만 진료만으로는 한정적이다"며 "누구나 개인 주치의가 있어서 어려운 것을 물어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개인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IT를 활용한 어플과 디바이스 접목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와 인식 IT기술 활용 걸림돌…근거 기반 수가 적용 필요성도
다만, 이러한 IT기술이 접목하기 위해선 아직까지 현 법과 제도의 제약 등 넘어야할 산은 많다.
공공보건의료체계상 인공지능 서비스의 불확실한 규제와 환자정보 취합이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는 장벽이 있고 IT기술과 의료의 접목을 원격의료로 바라보는 시선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 챗봇 등 IT기술이 접목되더라도 수가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진의 활발한 활용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IT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기술개발과 활용을 무조건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양현 부교수는 "인증의 경우 유럽, 미국 인증을 추진하고 개인정보 비식별화 보안 등 가이드라인의 대안이 있다"며 "전 세계가 다 같이 안하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만 안한다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모두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다는 측면에서 기술 발전의 방향에 가정의학과도 발을 맞추는 것"이라며 "현재 기술 개발의 원격의료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덕철 이사장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열린 생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덕철 이사장은 "한 사람의 건강을 위해 효율성을 따져야지 직역간의 문제로 구분해선 안된다"며 "일차의료를 위한 본질에 집중해 우선 모델링을 하고 이후 규제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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