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보건법 개정으로 간호조무사를 방문건강관리사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자 간호계가 세를 과시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전국 보건간호사 8만 6612명이 이에 대한 반대 서명을 받아 보건복지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 간호조무사들이 협회 차원에서 계속해서 복지부에 의견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다.
간호계가 지역보건법 개정안에 맞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간호정책선포식 전경
대한간호협회 보건간호사회(회장 양숙자)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전국 보건간호사들의 청원을 받아 7일 저녁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에는 무려 8만 6612명이 법안 개정 반대 의견에 힘을 모았다. 관심을 모으는 국민청원이 보통 수만명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호계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총력전이다.
이들이 이처럼 지역보건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의 문구 때문이다. 방문건강관리 전담 공무원 대상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더불어 간호조무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렇듯 의료인이 아닌 직군이 방문건강관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30년간 진행한 사업에 근본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보건간호사회는 "간호조무사를 전담 공무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지난 30여 년간 일궈 온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회 보건복지위가 전문인력을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으로 확보하려는 취지와도 전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비의료인을 사업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가 면허 관리 체계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방문건강관리사업의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발했다.
사업의 특성상 반드시 의료인이 해야할 업무가 대부분인데도 단순히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되려 의료인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보건간호사회는 "간호조무사를 사업에 포함시킨다면 그동안 낮은 인건비와 고용 불안 속에서도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를 위해 30여 년간 헌신해 온 보건간호사들의 헌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업에서 간호사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간호조무사들은 이미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간호조무사 출신 공무원이 다수 근무중에 있으며 방문건강관리사업에도 참여해 온 만큼 이를 명문화 시키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도 사업에 참여해 왔는데 이를 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는 입장. 이로 인해 간호조무사협회는 이러한 의견을 복지부에 계속해서 전달하며 법안 관철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보건간호사들을 비롯한 간호계는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보건간호사회 양숙자 회장은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반대 서명과 청원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이 개진되지 않는다면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각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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