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내·외과 막론 종양내과 중심 시스템 한계점 지적 다학제 위원회가 불씨 촉발…종합병원급 기관도 불만
항암제 처방권을 둘러싼 전문과목별 영역 다툼이 다학제 위원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 종별로까지 확대되며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종양내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동시에 종합병원에서는 사실상 오프라인 처방이 막히면서 논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논란의 취지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회의론도 새어나오고 있다.
내과 교수들 항암제 처방권 확보 선언
대한소화기학회 등 소화기질환 유관 단체가 모인 소화기 연관학회는 최근 8개 학회 명의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항암제 처방권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화기연관학회 관계자는 20일 "항암제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너무나 좋은 약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이를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이 지나치게 한 전문과목으로 쏠리고 있다"며 "주치의로서 적어도 환자를 위한 처방에 제재를 받아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따라 소화기연관학회는 항암 치료를 하는 교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를 풀어가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불만을 토로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허가 외 의약품 일명 오프라벨 처방을 위한 다학제 위원회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지난 2017년 도입된 다학제 위원회는 오프라벨 처방을 위한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면역항암제 등을 오프라벨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이 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다학제 위원회의 구성이 고르지 못하게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다학제 위원회 운영 기준은 종양내과 전문의 2명과 소아환자를 위한 소아과 전문의 1명, 외과 1명, 방사선종양학과 1명이다.
가장 많은 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내과가 이 기구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 주치의로서 환자의 상태와 질환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내과가 기구에서 소외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소화기연관학회 관계자는 "위암이나 폐암 등의 치료에 있어 소화기내과나 호흡기내과만큼 전문가는 없다"며 "하지만 이들 교수들이 항암제 처방을 내기 위해 다학제 위원회를 거치면 처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요양병원에서조차 항암제 처방을 내는데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이 담당 환자를 위해 처방도 못낸다는 것이 맞는 일이냐"며 "항암제 헤게머니가 지나치게 종양내과로 쏠려 있다"고 비난했다.
타 전문과목들도 한 목소리…종별 차별에 대한 비판론도 대두
이는 비단 내과계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전문과목 교수들도 마찬가지의 의견을 내고 있다.
암 환자의 치료 방식이 다학제 협진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주치의가 항암제 처방에 대해 의견도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양내과가 항암제에 특화된 전문과목이기는 하지만 질환이나 환자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학회 내부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나오고 있고 병원별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협의나 합의를 이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정 과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어떤 것이 환자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양내과가 항암제에 대한 전문가라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것은 처방에 대한 독점권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진화하는 약제에 대해 충분히 함께 논의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학제 위원회에서 철저히 소외된 종합병원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은 아예 다학제 위원회가 규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
전문병원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종합병원들도 많은데 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을 대학병원 다학제 위원회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한 것은 규제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A종합병원 병원장은 "약제 처방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히 전문성을 갖춘 의사조차 종합병원이라는 간판 때문에 대학병원까지 가서 다학제 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환자의 신뢰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업체인 IQVIA가 국내 대학병원 교수 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패널 심층 조사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사 대상 중 전체 항암제 처방 건수의 79%가 종양내과 교수들에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암 환자의 비중도 종양내과는 평균 100%를 기록했다.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예외 없이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고 10명 중 8명은 항암제 처방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충분히 주치의는 물론 다른 전문과목 교수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절대 독점권 등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
대한종양내과학회 관계자는 "종양내과의 태동 자체가 암 전문가로서 치료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의 이러한 주장과 비판은 진료과목의 벽을 허물자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암 치료는 분명하게 다학제로 가고 있고 당연히 종양내과도 다른 과목 교수들과 함께 의견을 내는 위치"라며 "마치 독점적이고 제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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