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활용하는 대학병원 vs 거부하는 개원가 '온도차' 일선 개원의들 "의약분업 취지 버리는 꼴이다" 비판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정부가 전화진료(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개원가는 여전히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단 25일을 기점으로 대형병원들은 잇따라 전화진료를 도입하고 있다.
대구지역 병원들은 보다 빠르게 정부 방침을 현장에 적용했다. 경북대병원은 25일부터 전화진료를 시작했으며 하루 약 200건 정도 처리하고 있다. 다만 처방할 경우 그 기준을 명확하게 뒀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단순 반복 처방, 단순 결과 상담이면서 의학적 안전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될 때만 전화상담과 처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처방은 자가 격리자, 만성질환자, 노약자, 고위험군환자가 대상"이라며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 진료 받으면서 오랫 동안 같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영남대병원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전화 문의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전화진료의 필요성을 먼저 주장했던 서울대병원도 25일부터 전화진료 및 처방을 실시하고 있다. 25일에는 전화 진료만 55건, 처방까지 이어진 것은 절반 수준인 23건이었다. 26일은 그 숫자가 늘어 70건, 처방은 35건이었다.
서울성모병원 역시 28일부터 전화진료를 본격 실시했으며 고려대 안암병원도 지난 주말 전산 준비를 거쳐 2일부터 전화진료를 시작했다. 한림대의료원 역시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문을 닫은 은평성모병원도 전화진료를 통해 환자와 소통하고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는 "응급실뿐만 아니라 외래, 입원 모두 닫았기 때문에 전화처방 문의가 빗발쳤다"라며 "각 진료과목별로 통계를 잡고 있어서 구체적인 통계를 내기는 쉽지 않지만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원가 "원칙적으로는 반대…울며 겨자 먹기로 한다"
대형병원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인 것과 달리 개원가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었다.
코로나19 환자 대거 발생지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전화진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 전화처방 거부 요청을 공감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환자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호소했다.
전주 K내과 원장은 "전화진료를 꼭 원하는 환자에 한해 하루에 한 명 정도 하는 수준이다. 만성질환자의 대리처방 빈도가 높아지긴 했다"라며 "재미있는 점은 초진 환자의 경우 결국에는 처방전을 받으러 의원을 찾는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사실 호흡기 환자들도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진찰을 받고 싶어 한다"라며 "전화진료 자체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협조는 하고 있지만 환자 스스로도 의사의 대면 진찰을 원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화진료 문의가 와도 아예 철저히 거부하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경기도 Y내과 원장은 "차라리 동일 처방은 대리처방으로 하고 전화상담 및 처방은 아예 거절하고 있다"라며 "약 처방 기간도 길게 하니 별 다툼은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N의원 원장도 "한동안은 전화진료 관련 문의를 받았는데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를 하니 문의도 안 온다. 차라리 코로나19에서 안전한 곳이 의원이라고 안내하고 있다"라며 "전화진료는 아무래도 (환자와) 깊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KF94 마스크를 쓰고 가운을 입고 충분히 방어적으로 환자를 보고 있다"며 "전화진료는 의약분업 취지를 버리는 것이다. 슬쩍 못해봤던 것을 해보겠다는 식의 정책은 안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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