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생각하는 안전 준수의 바람직한 예는 2013년 아시아나 항공의 뉴욕 비행기 착륙 사고다. 이 사고는 매우 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매우 적었다. 당시 승무원의 인터뷰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즉, 예기치 않은 사고 상황에 어떤 창의적인 생각이 떠올라서 사고에 대처한 것이 아니라, 평상시 훈련받은 대로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곰내 터널 유치원 버스 사고나 차암초등학교 화재 사고나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이 평상시 훈련을 받은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안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평상시의 훈련과 유사시에 이를 그대로 지키는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감염병 전파를 줄이기 위한 표준지침(universal precaution)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혈액을 채혈할 때 채혈하는 의료인은 장갑을 착용하고 채혈하도록 돼 있다. 이와 같은 표준 지침은 영문으로 universal precaution인데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나 동일하게 지켜야 하는 지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환자의 감염 상황에 대한 알람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내가 채혈하는 환자가 에이즈 환자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감염병 환자가 아니면 표준 지침을 잘 안지키고, 감염병 환자이면 더 심하게 지키려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비밀보장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이 지역사회감염으로 퍼지면서 호흡기 질환의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표준지침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은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잠재적 감염원인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무심결에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손씻기는 나도 모르게 감염원인 표면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명백해진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이 감염원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표준 지침을 잘 지켜야 한다. 즉, 상대방이 확진자인지, 접촉자인지 그런 정보가 없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나와 상대방을 감염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확진자의 동선을 알아내고, 공개하는데 많은 인적, 시간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병원에서 상대방이 에이즈 환자이든 아니든 표준 지침을 지켜 채혈을 해야 하듯이, 지역사회 감염 상태에서는 나와 너 모두가 잠재적 감염원이라는 전제 하에 표준 지침을 잘 지키면 된다.
한가지 필자가 무척 놀란 것은 대구, 경북에서의 집단 감염 이후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매우 놀랍도록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거리를 다닐 때나 KTX를 탈 때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보면서 필자는 이 코로나19 감염병이 생각보다 잘 관리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표준지침 준수에는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감염병은 전세계 감염(pandemic)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사그라든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표준지침을 잘 지켜보자. 이런 훈련을 잘 받아두면, 다음 신종 호흡기 감염병시에는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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