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연휴 직전인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한달하고도 열흘이 훌쩍 지났다. 2월초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했지만 빠르게 증가해 연일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은 번아웃 상태를 호소하기 시작했으며 쏟아지는 확진자에 격리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답답한 실정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대구로 향하고 있으며 음압병상이 부족하자 중증도별 병상 운영시스템 전환, 대책을 제시했다.
얼마 전 만난 병원계 한 인사는 "앞서 메르스 사태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선제적인 대응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당시 고통스러웠지만 메르스를 통해 한국 의료가 한단계 진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메르스 당시 감염병에 취약했던 요양병원만 봐도 그렇다.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상당수 차지하는 요양병원은 환자 1명만 발생해도 전체로 확산하기 쉬운 구조로 감염원을 차단하는게 최선이라는 것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확인한 바 있다.
그 덕분일까. 코로나19 확산 초기 당시 정부가 중국에 근거지를 둔 간병인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기 이전부터 요양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중국에서 온 간병인 출입 제한조치를 했다.
실제로 대구지역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배운게 있다. 한번 뚫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정부 발표보다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스에서의 경험치로 정부가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도 전에 움직인 것이다.
요양병원만이 아니다. 메르스 당시 안심병원을 운영했던 일선 의료기관들은 정부 발표에 한발 앞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안심 외료진료소를 선보이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대응책은 또 다시 찾아올 미래의 신종 감염병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앞으로 더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과 의료진들은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를 더 버텨내야한다. 아마도 종식까지는 40여일보다 더 긴 시간을 견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계가 보여준 신속함과 지혜라면 능히 코로나19도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이순간 각자의 위치에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국의 모든 의료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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