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포커스]공정경쟁규약 개정안 확정…국제학회 기준 개선 자부담율·잉여금 반환 조항 삭제…공정위 거쳐 내년 시행 유력
국내 개최 의학 분야 학술대회의 업체 후원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인정하는 학회로 제한될 전망이다.
또한 국제학술대회 후원기준이 5개국 이상 그리고 50명 이상 외국 보건의료전문가로 수정, 일부 완화됐다.
30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방안을 골자로 한 '학술대회 지원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최근 전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8월과 2018년 2월 의학 분야 학술대회 지원기준 개선안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권익위원회는 국내 개최 의학 분야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을 정부 지원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으로 개선하고, 의약품 공급자 또는 의료기기업체 등의 행사지원 부담을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국제학술대회 기부금(지원금) 제약업체 등의 기부금 사용내역 공개 의무화를 권고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과 학술대회 지원 규정을 명시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그렇다면,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및 학술대회 후원기준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국제 학술대회 관리 강화…의협·의학회 심사 역할 부여
우선, 의료계가 주목하는 국제학술대회 평가 및 관리를 '학술대회 및 기부대상 인정, 심사위원회 규정'으로 개정한다.
대형 학회와 중소형 학회 간 첨예했던 국제학술대회 후원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현행 5개국 이상 또는 150명 이상 외국인 참가 그리고 2일 이상 개최 기준을, 5개국 이상과 50명 이상 외국 보건의료전문가(발표자, 좌장, 토론자 포함) 참가, 2일 이상 개최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제학술대회 위상을 감안해 학회 규모와 무관하게 최소 50명 이상 외국 보건의료전문가 참석이라는 마지노선을 설정한 셈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인정 및 심사를 받은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에 한해 지원하는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병행한다.
의료단체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의사협회와 의학회 심사를 통과해야만 국제학술대회 업체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에 대한 사후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인건비와 대관료, 식 음료비 및 기타 비용에 대한 결산보고 항목을 신설해 의사협회와 의학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더불어 의사협회는 심사를 거쳐 인정하는 학술대회 명단을 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해 후원 학회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학회와 업체 간 사적 계약으로 진행된 기부금과 별도의 부스와 책자광고는 불허된다.
기부금 외에 부스와 광고비 추가 제공 금지 조항을 공정경쟁규약에 신설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국제학술대회에서 다이아몬드와 골든, 실버, 브론즈 명목으로 수 억 원에서 수 천 만원의 기부금을 제공한 A 업체에게 별도의 부스 비용(1부스 300만원)과 학술책자 광고비(200만원)를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와 의사협회, 의학회는 참가하는 학술대회에 대한 검증 강화 및 의료기관에서 출장비 수령 시 참가지원금 중복 수령 금지 등 안내 공문도 발송하기로 했다.
▮국내 학술대회 현실화 방안…자부담율 30% 적용 삭제
복지부와 의료단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단체는 국내 학술대회 활성화를 위해 국제학술대회와 형평성을 반영해 자부담율(30%) 적용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학회별 의사 회원에게 등록비로 학술대회 경비의 30%를 충당하는 부담을 줄인 셈이다.
잉여금 반환 조건도 삭제했다. 다만, 미반환 잉여금은 차기 학술대회 개최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기부금을 받은 학회는 국제학술대회와 동일하게 춘계학술대회와 추계학술대회에서 별도의 부스와 책자 광고 추가 수령이 금지된다.
기부금 상한선은 별도 규정하지 않았다.
의사협회와 의학회는 심의에서 그동안 관례에 비춰 상식선에서 가능한 업체별 기부금을 탄력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국외 학술대회 참가 지원 규정도 일부 변경했다.
국외 학술대호 참가 시 식비는 국가별 차등 정액으로, 현지 교통비는 정액 지원하되, 구체적 등급 및 금액은 단체 간 협의에 의해 규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그동안의 정부 주도에서 탈피해 의료계와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업계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약무정책과(과장 윤병철)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의료계는 학술대회 개최기준 개선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고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내부기준을 신설하는 등 개선방안 마련에 노력했다"면서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업계도 공정경쟁규약 개선안에 적극 참여해 회원사의 규약 개정 필요성 등 이해도를 높여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는 의료계와 산업계 간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고, 규약 개정이 이뤄지도록 관계부처 협의 등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남은 과제-공정위 최종 승인과 개정안 실효성
이제 공은 공정경쟁규약 주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지식산업감시과는 공정경쟁규약 개정안 검토를 거쳐 승인 심사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과 협의 과정에서 개정방안 일부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식산업감시과 장혜림 과장은 지난해 8월 코엑스에서 메디칼타임즈 주최 '새로 바뀌는 국제학술대회 공정경쟁규약' 정책토론회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고객유인행위 판단 기준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제공 또는 제의를 해 경쟁사업자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경우"라며 비정상적 거래 등 학회 지원 위법성 판단 근거를 시사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최종 승인을 남겨 놓고 있지만 의료계와 업계는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공정위 최종 승인이 남아 있어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학술대회 지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건전한 의학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 가장 큰 의의는 의료계 자율규제로 학술대회 후원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와 학술대회 모두 기부금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고 일반 학술대회 자부담율 적용과 잉여금 반환 모두 삭제해 의학적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학회의 경우 국제학술대회 형식이 아니더라도 기부금으로 충분히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업체의 기부금 액수는 상식선에서 정할 예정이고 학술대회 후원 평가표를 마련해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추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의학회 자율 심의에 따른 학술대회 후원 과정에서 불법적 문제가 확인될 경우 수사당국 고발 등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최종 승인 기간과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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