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코로나19로 대면논의 어려워 '원격화상'으로 협상 준비 병‧의원 경영타격‧대통령 보험료 면제 거론 속 건보공단 역할 주목
국내를 넘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국 의료기관들의 한 해 살림을 책임질 유형별 수가협상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수가협상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으로 5월 말까지 수가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명시된 만큼 감염병 창궐 혼란 속에서도 유형별 수가협상은 진행돼야 한다.
30일 메디칼타임즈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오는 5월 진행될 유형별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논의 될 수 있는 몇 가지 쟁점들을 찾아봤다.
수가협상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전처럼 대면협상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5월부터 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인 4월부터 실무진끼리 직접 만나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될 사항들을 사전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이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건보공단은 대면논의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대안으로 각 유형별 단체에 '원격화상회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이번 주부터 '수가협상제도발전협의체'가 이전과 다르게 화상회의로 진행된다는 것인데, 건보공단은 코로나19 상황이 5월까지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을 최악의 상황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출입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도 영상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청희 급여이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예년과 같은 수차례의 반복된 대면협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도 대비하고 있다"며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5월 말일까지 수가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예정된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단 제도발전협의체 회의는 원격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병‧의원 경영타격, 수가협상서 인정받을까
두 번째 수가협상의 쟁점은 코로나19 사태로 겪은 의료기관들의 경영상 타격이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보상' 성격으로 협상카드로 쓰일 수 있을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칙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수가협상에서는 직접적인 협상카드로 제시될 수는 없다.
수가협상의 원칙이 전년도 의료기관들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진료비 실적'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가협상 철마다 각 유형을 대표하는 의료단체들이 증가한 청구실적을 바탕으로 '논쟁'을 벌이는 일들이 해마다 계속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워낙 심각한 탓에 지난해 청구실적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설령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탓에 병원들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급증했다 치더라도 당장 올해 코로나19로 환자수의 급감하면서 단축진료, 정리해고 등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의료기관이 상당하다.
실제로 경영난이 메르스 사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인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로 하소연하고 있으며, 건보공단도 이를 인정해 진료비를 선지급 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기도 하다.
수가협상에 참여할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청구실적을 바탕으로 수가협상을 하는 원칙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당장 언제 문 닫지 않아도 이상할 정도인 시기가 현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수가협상을 통한 초‧재진료 인상이 언 발의 오줌누기일 정도겠지만 수가협상을 통해 의료기관의 경영난 해소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원칙만 강조해서 내년에 코로나19 로 인한 경영난을 수가협상에 반영할 것인가. 의료기관 문 닫고 진료비 인상 논의 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언급한 4대 보험 면제…수가인상 걸림돌?
이 가운데 의료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4대 보험료 유예 및 면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료 면제가 현실화 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위축으로 이어져 수가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명은 4대 보험 중 건강보험료 1년 면제 시 최대 53조 8433억원(사업장 45조 5774억원, 지역가입 8조 2659억원)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즉슨 건보공단이 한 해 동안 걷어야 할 54조 가까이를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케어 추진하면서부터 매해 건강보험 적자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남아있는 척추 MRI 등 보장성 강화 방안 변경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또 다른 의료단체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면제는 수가협상을 넘어 문재인 케어 추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수가협상에도 문제지만 앞으로 보장성 강화에 투입될 돈을 전반적으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용익 이사장이 생각하는 로드맵과는 전혀 달리 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건보공단의 입장이 상당히 중요하다.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기관도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어려운 가입자들까지 고려해야 한다. 양 쪽 모두를 고려한 수가협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핵심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건보공단도 모르지 않을 터. 강청희 급여이사 또한 현재의 상황이 '엄중'하다고 평가했다.
강 급여이사는 "이번 수가협상은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가입자, 공급자 모두에게 공통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급여이사 첫 해는 보장성 강화 안착에 기반이 되는 수가협상을 했고 작년에는 보장성 강화 확대를 위한 수가협상에 주안점을 뒀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과 의료계에 희망을 주는 수가협상 당사자 겸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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