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병원급 중심 제도 개선책 허점 지적…"개원의는 소외돼" 개원 정신과·개방 병동 등 방어책 없어…"의료급여 환자 간과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또 다시 환자 피습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계에서 이른바 고 임세원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고 임세원 교수의 사망 이후 방지책 마련 과정에서 '개원의'에 대한 논의가 제외됐다는 것. 이로 인한 사각지대에서 개별 정신과 의원이 피습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5일 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피습으로 사망한 김 모 원장은 부산에서 R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면서 20여개의 개방병동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을 통해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정신과 의원으로 외래진료 중심이지만 간혹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입원진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했던 것.
현재 의료법상 정신과 의원은 49개 병동까지 입원병동을 갖출 수 있다.
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총무이사는 "의사 1인으로 의원을 운영하면서 다동을 가동하기란 쉽지 않지만 외래를 중심으로 하면서 자살 위험 등이 있는 환자들을 입원 치료하는 용도로 활용한 것 같다"며 "아직 파악 중인 단계지만 의욕을 갖고 환자 진료에 임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최 총무이사는 "병동 없이 외래진료 위주로만 한다면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소규모로 입원병동을 함께 운영한다"며 "최근 진료문화에 초점이 맞춰진 개업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는 이번 김 모 원장 사망사건을 두고서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고 말한다.
2018년 12월 말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 후 다양한 방지책이 마련돼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논의에서 '정신과 의원'은 배제돼 있다는 지적.
병원급 의료기관에 제도에 초점이 맞춰진 사이 사각지대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사망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제도적 보완책으로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보안인력 배치가 의무화되는 동시에 '안전관리료'가 책정돼 수가 지원을 받게 됐지만 정작 의원급 의료기관은 제외돼 있다.
안전관리료 도입 논의 당시에도 의원급 의료기관 제외를 두고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끝내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신경정신의학회의 설명이다.
신경정신의학회 임원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안전관리료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제외돼 있는 문제를 제기됐지만 끝내 포함되지 못했다"며 "안전관리료 도입과 보안요원 배치 의무화가 곧 시행되는데 정작 정신과 의원에 대한 보호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혼자 의원을 운영하는 개업의가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신과 의원도 특수 순찰 구역으로 지정해서 경찰들이 확인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결국 이번 사건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고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이후 보완책을 내놨다고 하지만 허점이 너무나 많다"며 "정신병원이나 의원에 진료 받는 상당수는 의료급여 환자인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장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를 사망케 한 환자의 경우 행정 입원 경력이 있다"며 "행정입원 환자의 경우 마땅한 보호자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누가 이 사태를 책임질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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