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의약분업 이후 변함없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이지 싶다. 정부는 늘 느닷없이 정책을 발표하고 의료계는 특별한 대안 없이 투쟁의 깃발을 든다. 학생과 전공의를 앞세우는 것 또한 똑같다.
이번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정부는 수년전부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사안을 추정해 볼 수는 있으나 표면적으로는 공공의료의 필요성 증대라고는 한다.
병원계 또한 의료 인력의 부족을 늘 고민해 왔다. 중소병원은 전문의 인력을, 수련병원은 전공의 부족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개원가는 늘 그렇듯이 저수가 문제다. 여기에 사회적인 현상을 하나 추가하면 지역 간 의사 숫자의 불균형이 있다. 지방, 특히 군단위에는 의사도 없고 의료 시설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10년간 의대 정원 4천명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이슈를 묶어서 발표했다. 이유는 공공의료의 확충이라는 것이다. 아, 참 한 가지 한결같은 것이 또 있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20년간 주장해 온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화두다. 도대체 공공의료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으나 이 화두는 늘 대단한 보물이고 결국은 가야만 하는 낙원처럼 등장한다.
판은 벌어졌고, 수습은 요원하다. 정부는 의협에 대화를 요청했으나 그렇게 해서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2차례의 대규모 파업 투쟁은 벌어졌다. 이 와중에 그나마 중재(?)를 할 수 있을 병협이 뜬금없이 정부안을 지지한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이제는 중재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사견이지만 아직도 왜 4천명이 10년 동안 증원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증원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어떤 의료시스템을 지향하기에 4천명이 한시적으로 증원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게 증원된 인력이 의도한 대로 졸업 후 공공의료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비슷한 제도에서 실패하는 것을 본 바 있다.
분명 미래의 의료에서 의사의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상적인 의료인의 숫자는 꼼꼼히 미래의 의료를 고민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벌써 20년째 하는 소리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10년 후 20년 후의 청사진을 본 적이 없다. 설계도가 없는데 건축에 필요한 재료의 규모가 결정되었다니 희한한 노릇이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비교적 완전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의료는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가 되고 말았다.
진료 전달 체계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연장선상에서 산출된 증원 계획인지, 아니면 개선된 체제를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지적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 인력은 사실 입학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교육과정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 알아서 정부가 의도하는 분야의 의료인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희망일 뿐이다.
어떤 분야의 인력이 5년 후 10년 후에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입학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후 교육과정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의료인력 양성은 의대생 입학 정원을 늘리는 단순한 방식이 아닌 전공의 교육에 정부가 헌신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공 선택은 자유로운데 그래서 나타나는 결과는 공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인 것이다.
미래 의료의 제대로 된 청사진을 그리고, 졸업 후 교육과정에 정부가 책임을 지는 방법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책안이 될 것이다. 부연해서 말을 한다면 의협은 좀 더 정책적인 기관이 되어야하고 병협은 어떠한 기구가 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병원계의 이익만을 쫒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어떻게 떨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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