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미리 준 돈 중 80% 받아내…상환율 80% 상회 소청과 병‧의원 669개소 선지급 받았지만 금액 절반도 못 갚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위해 시행한 '요양급여비 선지급' 제도.
선지급을 받은 대부분의 병‧의원이 건보공단에 이를 꾸준하게 상환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미리 받은 돈의 절반도 갚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의료기관의 자금순환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된 요양급여비 선지급을 통해 자금을 받은 요양기관은 총 5514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급여비 선지급제도는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이 미리 정산해주는 제도로, 코로나19 여파로 재정이 어려운 요양기관이 인건비 등 기본적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년도 월평균 급여비의 90~100%를 우선 지급하고 사후 발생하는 진료비에서 정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으로부터 5514개 요양기관들은 2조 5333억원의 자금을 우선 당겨 받았다.
취재 결과, 지난 달을 기준으로 5475개 요양기관이 건보공단에 2조 1788억원에 달하는 선지급금을 상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환율은 약 80% 수준.
아직까지 4621개소가 선지급금 3545억원을 다 갚지 못하고 상환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선지급 받은 돈의 절반도 다 갚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상환율은 48.7%.
구체적으로 소청과 병‧의원 669개소에 429억 7400만원이 선지급됐는데, 667개 기관이 209억 1700만원 갚는 것에 불과했다. 220억원 넘게 미변제 된 것이다.
648개 소청과 병‧의원이 아직까지 선지급금을 다 갚지 못한 상황.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에 특히 취약한 아동에 대한 진료과목의 의료이용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소청과 의원은 지난 8개월 동안 126개나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며, 의사들은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활동하는 봉직의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소청과 원장은 "개원한 의원이 폐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라며 "소청과의 경우 폐업이 올해 많아지면서 개원가 시장에서 소위 '괜찮은 자리'가 많이 나왔다는 풍문이 있다. 하지만 소청과 의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아 괜찮은 자리라도 들어갈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선지급을 상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끝까지 상환하지 않는다면 향후 민사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측은 "일단 요양기관이 폐업을 한다면 선지급금을 일단 전액 변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폐업 후 재개원하는 경우에는 선지급 유지신청서를 제출해 분할변제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업 후 변제를 하지 않거나 재개원 계획도 없을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소청과의 경우 추후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의료계오 협의해 지원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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