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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보상금' 코로나 진료 압박용으로 쓰자 불만 속출

발행날짜: 2020-12-21 05:45:57

의료질평가 지표에 '코로나19 중증환자 진료 기관 점수가산' 특례
"지원금을 볼모로 삼나…빅5 중심 제도 탓에 중소병원 불만 커질수도"

3대 비급여제도 중에서도 선택진료 폐지로 인한 대형병원 손실 보전을 위해 시행된 '의료질평가지원금제도'

본격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현재, 정부가 미진한 사업 추진 위한 '만능열쇠'로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병원들을 향한 '요술방망이'로 복지부가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로비 모습이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19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하나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의 내용은 '2021년 의료질평가 지표 개선‧평가 적용 특례' 방침을 일선 병원들에게 안내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병원에게는 평가점수 가산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복지부는 심평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 등 추가적인 의료질평가 지표 및 적용 특례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니 이를 병원들에 널리 알리라고 지시했다.

거리두기 3단계 전환 여부가 검토될 정도로 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민간 대형병원에 내민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000명대를 넘는 등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환자 치료 병상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 568개 가운데 45개(7.9%)뿐이다.

특히 신규 확진자가 집중된 수도권에 위중증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는 가용 병상은 서울 1개, 경기 2개, 인천 1개 등 4개뿐일 정도로 심각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질평가 지표 관련 공문을 내려보냈다.
결국 공공병원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복지부는 민간병원에 '의료질평가'를 활용해 코로나19 환자 진료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복지부 측은 공문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진료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의료질평가에 의료기관의 감염병 치료, 국민보건 향상 등에 대한 기여도 반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도 의료질평가 지표 개선 사항은 연내에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가로 민간병원 숨통 조이나" 불만 폭발한 민간병원

따라서 복지부는 당장 2021년도 의료질평가에 코로나19 진료 참여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진료 기관은 평가점수를 가산해 등급을 올려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즉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진료 참여 여부를 내년 7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 지급에 연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실이 전해지자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료질평가'를 빌미로 코로나19 진료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의 A상급종합병원장은 "복지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급한 것은 알겠지만 병상 전환 여부와 의료질평가에 따른 지원금 지급을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의견이라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어차피 코로나19 진료에 수도권 대형 민간병원들은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꼭 이렇게까지 수가를 빌미로 해 압박을 해야 하는가"라며 "복지부는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민간병원에 수가가산을 주겠다는 의도로 한 것일 수 있지만 병원들은 달갑지 않다. 정부가 제도를 이용해 압박하는 전형적인 갑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사진. 병원계는 복지부의 의료질평가 지표 특례보다는 직접적인 인센티브나 손실보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빅5 대형병원 중심으로 코로나19 전담병상을 운영‧확대하는 데 이어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별관 3층 병상 80개를 비우고 코로나 환자를 받기로 하는 등 민간병원 등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병원계에서는 의료질평가 지표로 코로나19 진료 참여 여부를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빅5 등 대형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료질평가에 연동시킨다면 해당 사항이 없는 중소병원은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해놓고도 보상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병원협회 임원인 한 수도권 병원장은 "의료질평가는 선택진료 폐지 보상 차원에서 태어난 제도이기 때문에 빅5 등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7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중소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된 구조"라며 "만약 의료질평가에 관련 지표를 갑자기 포함시킨다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하고도 상대적으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중소병원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질평가에 연동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에 참여한 민간병원들에 직접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의료질평가 지표를 갑작스럽게 바꿔 민간병원을 압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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