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료인이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직접 진찰’의 의미가 무엇인가 문제된다.
구체적으로 ‘직접 진찰’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를 대면하여 진료하는 ‘대면 진찰’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환자가 자기 집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 있는 경우, 의료인이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주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2012년도에 의료법 제17조가 규정하고 있는 ‘직접 진찰’의 의미는 대면 진찰 외에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즉 전화통화에 의한 진찰은 진료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은 대면 진찰만을 의미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 무렵인 2013년도에 위 헌법재판소결정과는 전혀 다른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의료인 A씨가 총 670여회에 걸쳐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진찰한 후 처방전을 작성하고, 환자가 위임한 약사에게 처방전을 교부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의 의미는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이지 ‘대면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면서 당해 의료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내용대로라면 의료인의 전화 진찰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이와 비교하여 행정해석인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원격의료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면 진찰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환자의 진찰은 원내에서 환자를 대면하여 하는 대면 진찰과 원외에서 진행하는 원격의료로 나뉘는데, 전화 진찰은 원외에서 이루어지는 진찰이므로 원격의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한 위법하다고 해석을 하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 최근 대법원은 ‘직접 진찰’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여 최소한 사전에 대면 진찰이 한 번이라도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전화 진찰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아마도 전화 진찰을 무한정 허용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폐단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종전의 자신의 판단을 변경한 것으로, 종전의 입장에서 후퇴한 입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법령해석의 전권은 사법부에 있다. 그리고 행정부의 최고의 권위 있는 해석은 법제처 유권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행정부의 해석과 사법부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고, 나아가 사법부 내에서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의 형식조차 아닌 판결로 자신의 판단도 쉽사리 바꾸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일선 병원에서 과연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관된 행정을 위하여 법령해석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법령 자체가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면 입법을 통해 재정비함으로써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을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직접 진찰의 논의는 전화 진찰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화 진찰을 할 경우 해당 진찰료 등을 건강보험법령상 적법하게 청구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의 논의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법적 안정성을 줄 수 있도록 일관되고 신뢰 있는 판단이 정립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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