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보유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패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포함, 임상현장에 백신을 공급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한편, 각 연령대 별로 강점을 지닌 품목까지 잇따라 비급여로 출시를 예고하며, 올 가을 역대급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
동시에 기존 시장을 지배해온 제약사들이 보유한 백신은 4가(quadrivalent)에서 3가(trivalent) 백신으로 전환, 공급가격이 하락이 예상되면서 임상현장 주도권 다툼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3가 백신 전환, 접종가 하락하나
올해 하반기 독감 백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4가 백신에서 3가 백신으로 공급이 전환됐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이후 인플루엔자 감시망에서 B형 야마가타(Yamagata) 계통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2024~2025절기부터 3가 백신 전환을 권고함에 따라서다.
독감 백신 시장에서의 핵심인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방침도 올해 이 같은 권고를 반영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청은 2025~2026절기 독감 NIP에 필요한 백신의 조달계약을 입찰에 참여한 제약사들과 체결했다.
백신 조달은 조달청 공고(희망수량 경쟁입찰)를 통해 최저 가격(동일 가격 시 많은 물량)을 제시한 순으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백신, 일양약품 6개 업체가 선정됐으며, 계약단가는 9339원~9660원(유통비·부가세 포함)으로 형성됐다.
6개사의 계약단가 및 물량은 ▲사노피 9339원(225만도즈) ▲보령바이오파마 9430원(161만도즈) ▲녹십자 9436원(263만도즈) ▲SK바이오사이언스 9470원(240만도즈) ▲한국백신 9485원(170만도즈) ▲일양약품 9660원(148만도즈)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급된 백신의 계약 단가다.
4가에서 3가 백신으로 전환되며 도즈 단 1만원 이상으로 형성됐던 단가가 9000원대로 형성되면서 제약사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NIP 조달 물량은 지난해 1170만 도즈에서 올해 1207만 도즈로 늘었지만 계약 단가 하락 영향으로 제약사가 손에 쥐게 될 매출은 줄어들 전망이다.
3가 백신 전환으로 매출이 줄어들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NIP 대상 이외 비급여로 이뤄지는 민간 백신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NIP 입찰에 참여했지만 계약에 실패한 한국GSK의 플루아릭스에 더해 65세 고령자 대상과 비강 스프레이 백신까지 비급여 시장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맞춤 백신, 경쟁서 살아남을까
올해 비급여 시장에서는 연령별 맞춤 독감 백신들이 임상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사다.
특히 65세 고령자 대상 맞춤 백신으로 비급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사노피(에플루엘다)와 CSL시퀴러스(플루아드 쿼드) 간의 대결이다.
지난해 사노피가 박씨그리프와 함께 에플루엘다를 출시, 기존 플루아드 쿼드가 주도하던 65세 고령자 백신 시장에 경쟁을 불러온 것인데, 올해 CSL시퀴러스가 삼진제약과 새롭게 손을 잡으며 경쟁에 맞불을 놨다.
삼진제약의 경우도 기존 내과 병·의원 시장 마케팅 역량을 갖춘 데다 백신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적극적인 영업 활동이 예상된다.
임상현장에서도 고령자 맞춤 백신이 비급여이지만 환자들의 수요는 존재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곽경근 회장(서울내과)은 "면역 증강 백신이지만 현장에서는 프리미엄 백신으로 칭하기도 하는데 환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을 것 같다"며 "노령 환자의 경우 항체 생성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있으며, 임상 데이터를 보면 플루아드 쿼드 등 면역 증강 백신들이 효과가 더 뛰어난 면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경근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400~500개를 공급 받았는데, 모두 접종이 이뤄졌다"며 "65세 고령 환자들이 NIP 대상이지만 자가면역 질환자 등 감염관리가 중요한 환자들 사이에서는 충분한 쓰임새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내과 원장은 "지난해에는 면역 증강 백신 접종가가 4만원 수준으로 형성됐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접종비가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할 것 같다"며 "사입가가 3만원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금과 카드수수료 등을 고려했을 때 5만원 정도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보통 사입가를 고려했을 때 2배 정도의 접종비가 형성돼야 의료기관 입장에서 수익이 남는 구조"라며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접종비 저항선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5만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비강 스프레이형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미스트(아스트라제네카)'의 재출시도 올해 독감 시장에서 새롭게 변화되는 부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NIP 진입 의지가 존재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미 항목이 확정된 만큼 비급여로 입장현장에 출시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기서 플루미스트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유일한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독감 백신이다. 24개월 이상에서 49세 이하의 소아 및 성인에게 이 백신에 함유된 인플루엔자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을 예방한다.
2009년 GC녹십자는 플루미스트를 출시했지만 2014년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해당 기업을 인수, 제품을 보유하게 되면서 올해 국내 재출시로 이어지게 됐다.
주사를 두러워 하는 환자들에게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중심으로 플루미스트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접종가의 경우 2010년대 공급될 당시 기존 백신보다 근소하게 비싸게 형성됐다는 점과 비급여인 점을 고려했을 때 민간 백신시장에서 다른 백신들과 유사하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소아의 경우 주요 백신들이 NIP에 이미 포함됐다는 이유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소아청소년과장은 "2010년대 당시에는 신종플루 문제와 함께 주요 백신이 NIP에 포함되지 않아 플루미스트를 접종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주사를 기피하는 환자들에게 활용 가능성이 있겠지만, 주요 대상인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대부분이 NIP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활용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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