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T 이해도 있는 인력 한정적…자체 육성도 한계 스타트업 대부분 인맥에 의존…대기업 스카웃 최대 공포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문 인력 확보가 기업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와 헬스케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IT 분야 전문성을 함께 가진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특히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면서 인재를 지키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전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중견기업 반열에 오른 A사다. A사는 최근 개발자 5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직을 결정하면서 사업 진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A기업 임원은 "최근 1~2년간 개발 인력이 우수수 빠져나가면서 올해로 예상했던 신사업 추진이 내년으로 미뤄질 위기"라며 "본사 전체를 봐도 5년차 이상의 핵심 인력들을 아예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임원급과 신규 인력만 남아 있고 허리 부분이 완전히 잘려나간 셈이다"며 "경력 사원을 뽑고 싶어도 채용은 커녕 영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회사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A기업은 헤드헌터 등을 통한 영입 등을 타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사원 채용을 공채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다 지주 회사 격인 모회사와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A기업 임원은 "결국 인력을 지키던, 스카웃을 하던 문제는 돈인데 회사의 구조상 같은 5년차 사원에게 일정 이상의 더 많은 연봉을 주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헤드헌팅 등도 고려했지만 모회사에서 안을 거부하고 있어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나마 A기업은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스타트업 등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는 물론 삼성 등 대기업들과 대형 제약사들까지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며 관련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
소수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한두명이라도 빠질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와 헬스케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IT 등에 대한 전문성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인력의 품귀 현상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내년 초 IPO(기업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의료 AI 회사인 B기업이 핵심 팀을 대학 선후배로 짠 것도 같은 이유다. 사업 초기 채용을 통해 팀을 꾸렸지만 지속해서 인력 이동이 나타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B기업 임원은 "AI 업계도 인력 부침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단순히 개발이나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 외에 최소한 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S급 인재들은 극소수인데다가 이마저도 최근 2~3년 사이에 대기업으로 다 쓸려가 버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사업 초기 함께 한 팀들이 대부분 공중분해되면서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은 바가 있어 아예 핵심 팀은 CEO가 대학때부터 알던 선후배들로 새롭게 꾸민 상황"이라며 "스타트업 대부분이 이제는 아예 이렇게 인맥으로 팀을 꾸리고 스톡옵션을 주던, 주식을 나눠갔던 하는 방식으로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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