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유통구조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간납사 문제가 국정감사를 통해 또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각 간납사와 의료기관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감 종료와 함께 사그라들던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정부가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말과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주목하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6일 의료산업계와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가 간납사 문제 손질을 본격화하면서 이들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며 사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가장 큰 물결은 역시 국정감사 지적 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미 권덕철 장관이 직접 간납사 폐해에 대해 공감하며 개선 방안 마련을 언급한 이상 어떠한 방식으로든 액션이 나와야 하는 상황.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같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국감에서의 지적이 식약처에게도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복지부와 함께 대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결국 복지부와 식약처 모두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현재 복지부와 식약처는 한국의료기기안전인증원, 대한병원협회 등이 포함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나아가 실무협의체 등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담당 부서들간에 효과적인 논의 구조 마련을 위한 검토를 거치고 있다"며 "아마도 TF 개념의 추진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이 함께하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일명 보발협에서도 해당 안건이 다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 주 열린 회의에서 개선 방안 마련에 뜻을 모은 상황.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간납사에 대한 전수 조사 등의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작업이 별도의 TF에서 진행될지, 보발협에서 파생되는 위원회에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과거 국감 종료와 함께 일정 부분 사그라들던 간납사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선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간납업계와 병원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국감 지적 사항은 물론 개선방안의 초점이 의료기관과 간납사간 특수관계, 즉 지분율 등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에 해당하는 병원과 간납사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국감에서 지적된바 있는 A의료원 관계자는 "재단과 의료원 차원에서 간납사 문제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적 행위는 없다고 보고 있지만 지분율 등을 따지고 들어올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 연세의료원이 운영하던 제약 도매업체 제중상사가 결국 같은 이유로 지분이 공중분해 되지 않았느냐"며 "일단 복지부 등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간납사에 맞춰져 있지만 재단이나 학교법인, 의료기관 등과의 지분 관계 등을 파고 들어올 경우 이에 대한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잇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한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내년에 대선을 코앞에 둔 정권 말기라는 점을 주목하는 모습.
대선 결과에 따라 제도와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 등이 당연스럽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 입장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계 인사는 "당장 몇 달 뒤에 완전히 판이 바뀌는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일을 벌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몇 달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모르는데 정권 말에 손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TF건 협의체건 위원회건 만들어진다 해도 결국 몇 달짜리 한시적 기구라는 의미"라며 "일단 장관부터 대대적 조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누가 이걸 책임지고 끌고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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