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출하승인' 위반 처분에 휴젤 등 소송전…단기적 타격 불가피 생산실적 1, 2위 업체 잇따른 처분에 국내 시장 지형도 변화 전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판매 상위 보툴리눔 독소 제제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식약처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수출용 보툴리눔 독소 제제들을 갑자기 '국가출하승인 위반' 대상으로 여겨 퇴출시키려 한다고 반발하는 한편, 행정처분 대상이 된 기업들은 수출을 통한 '국위선양' 중에 도리어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보고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중심으로 보툴리눔 독소 제제 행정처분이 진행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사' 중심이던 병‧의원 처방시장이 '외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무역업체 통했다고 국내 판매? 혼란스러운 업체들
최근 식약처는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등 2개 업체가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 6개 품목을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품목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휴젤의 대표 품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에 전운이 돌고 있다. 실제로 휴젤 보툴렉스의 지난해 식약처 생산실적을 보면 총 721억원 규모로 국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갑작스러운 식약처 발표에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측은 즉각 식약처 품목 취소 처분에 즉각 취소와 집행 정지 소송에 나선 상황. 휴젤 측의 경우 법원에 제출한 '제조판매 중지명령 등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이달 26일까지 일시적으로 정지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렇다면 식약처와 관련 업체 간 국가출하승인 위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국가출하승인제도는 품목허가 의약품에 대해 제조단위별 검정시험 및 자료 검토 과정을 진행, 국내 유통 전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제도다. 이를 근거로 약사법과 하위 법령을 통해 보툴리눔 독소 제제처럼 생물학적 제제 중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및 국가관리가 필요한 제제의 경우 식약처장의 국가출하승인을 받 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국가출하승인제도의 경우 국내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휴젤 등이 국내 무역업체를 통했기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판매를 했다고 본 반면, 업체들은 국내 무역업체를 통했을 뿐 결과적으로 '수출'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휴젤 관계자는 "수출 물량의 경우 무역업체를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 업체의 사이트가 국내에 있다고 해서 국내 판매라고 해석한 것은 법적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수출을 통해 국위선양 중인 업체들을 도리어 억압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이전까지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것을 식약처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전환해 '아전인수'격 법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업체들 중심으로는 향후 추가로 처분 받는 업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지 긴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대표는 "이번 품목허가 취소로 일단락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추가 처분을 받는 업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식약처의 해석이 아전인수격이라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잇따른 톡신 제제 행정처분, 국내시장 외국 '천하' 되나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업체 품목들의 허가취소 절차가 이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식약처의 품목 허가취소 절차에 업체들이 법적 대응으로 맞서면서 현재도 병‧의원 판매를 유지 중이지만 일시적인 생산 중지를 통해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이전에 메디톡스 사례가 대표적.
지난해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주요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대상으로 이번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와 동일한 이유로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메디톡스도 휴젤 등과 마찬가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현재까지 판매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진행정지 신청을 통해 판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더라도 일시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메디톡스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서 현재도 병‧의원 판매가 가능했지만 첫 품목허가 취소 이후 식약처로부터 다시 국가출하승인을 받는데 10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시적인 판매금액 축소를 감수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도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국내 판매를 정상적으로 진행해도 일시적인 매출타격은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또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해서 정상적인 병‧의원 판매가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 재고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롭게 생산하는 제제들의 국가출하승인을 다시 받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국 기존 선례를 볼 때 다시 승인을 받는 데에까지 3~4개월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와 의료현장에서는 한 목소리로 국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시장의 판도 변화를 점치고 있다.
지난해 생산실적으로 바탕으로 휴젤과 메디톡스가 문제가 됨에 따라 그 빈자리를 3위였던 대웅제약(나보타) 등이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지만 미국 수출이 본궤도에 올라선 이상 국내용 추가 생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나보타의 국내용 생산이 '품절'됐다는 의견마저 나왔지만 대웅제약은 국내용 생산은 문제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나마 휴온스(리즈톡스)와 종근당(원더톡스)가 반짝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이번 보툴리눔 독소 제제 행정처분 사태의 수혜는 외국계 업체 품목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레이저피부모발학회 임원인 서울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품목이 문제가 되면서 현재 상태로는 리즈톡스와 원더톡스 정도가 국내사 판매 품목일 것 같다"면서 "메디톡스 품목도 업체에서는 정상적으로 판매 중이라고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허가 문제로 물량이 이전보다 없는 상황인데 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물량이 없어 문제가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계 업체들의 제제들이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제품들은 고가이기에 비급여 금액이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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