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치료제 원료 성분인 '로사르탄'이 불순물 함유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약사는 물론 일선 의료 현장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미 불순물 검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관련 약제를 복용중이던 환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처방 변경을 권고하는 등의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동시에 제약사들도 관련 의약품을 처방하는 내과 병‧의원을 돌며 의사들에게 상황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또 다시 등장한 '불순물' 사태 우려 속 제약업계 긴장
20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선 제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로사르탄 AZBT(Azido Methyl Bipheny Ttetrazole) 불순물 시험검사 결과'를 제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이미 각 제약사에 로사르탄 원료와 완제 의약품에 대해 유통 가능한 유효기간 내 모든 제조 번호와 관련 시험 검사 결과를 오는 30일까지 제출할 것을 안내했던 상황.
제출 기한이 아직 남았지만 의료 현장 등에서 불안감이 계속해서 커져가자 식약처가 결국 긴급 점검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 제약사들은 로사르탄 제제 중에 추가적으로 불순물 검출이 이뤄졌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또한 나아가 일부 불순물 초과 검출을 확인한 제약사들은 출하 중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재현되며 관련 품목 전체가 증발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오가논의 코자엑스큐의 출하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쌍둥이 약물인 아모잘탄의 우려도 커졌다. 한미약품은 공정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한국오가논은 코자엑스큐(로사르탄+암로디핀)에 대한 자체 시험 결과 원료 의약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불순물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지난 18일부터 출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자엑스큐는 한미약품의 핵심 품목인 '아모잘탄'과 쌍둥이 약이다.
한미약품 화성 제1공장에서 함께 제조되는 만큼 코자엑스큐가 문제가 되면서 아모잘탄 또한 불똥이 튀고 있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커지자 아모잘탄을 개발하는 한미약품은 '문제가 없다'며 사태 진화에 나선 상황.
한미약품이 오가논의 '코자엑스큐'를 위탁 생산 중이지만 아모잘탄과는 다른 공정으로 생산된 다른 원료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는 것이 반론의 핵심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코자엑스큐는 아모잘탄과 원료 합성공정이 다를 뿐 아니라, 완제 생산공정에서도 분무건조 공정 등 여러 부분에서 생산 공정이 다르다"며 "코자엑스큐 완제의약품 불순물 검사 평가는 아직 최종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태 커지자 '처방 변경' 분주한 병‧의원
사태가 확산되면서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병‧의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약처 발표가 있기 전이지만 사실상 불순물 검출을 기정사실화로 여기고 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처방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의 내과의원 원장은 "로사르탄 제제 중심으로 불순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환자들에게 이를 고지하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출하를 중단하고 있는 만큼 로사르탄 제제를 처방 받는 환자들에게 당연히 알려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내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출처 모를 관련 문자까지 더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는 "일단 권고 사항으로 처방받았던 것은 그대로 두되 재처방 혹은 신규 처방 환자를 대상으로 알리고 있다"며 "언론에서 보도된 직후부터 처방 변경을 안내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의약품 불순물 사태가 재현될 우려감이 높아지며 주요 품목이 처방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제약사의 영업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일선 병의원 원장들을 대상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제약사 영업 관련 공지 문자'가 떠돌면서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
식약처의 확정 발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제약사 품목 외 모든 제약사 품목에서 검출됐다'는 공지 형식의 문자가 배포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당 문자를 보면 '현재 국내에 생산 중인 A, B 제약사를 제외한 모든 제약사의 로사르탄 포함 성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 됐다'고 기정사실화 시켰다. 그러면서 '두 번째 발암물질 이슈로 로사르탄이 선택됐다'고도 했다.
현재 대상이 된 해당 제약사들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
내과 병의원을 중심으로는 식약처의 확정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처방 변경을 권고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해당 문제가 제약업계는 물론이거니와 병‧의원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아직 정부의 확정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한내과의사회를 중심으로도 향후 벌어질 파장에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는 "로사르탄 제제의 경우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1세대 약물"이라며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로사르탄 제제를 처방받았던 환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안내해야 한다"며 "다만, 처방 변경 안내에 환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현재 중소 제약사부터 공식적으로 식약처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 권고사항을 지키면서 처방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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