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국 수련병원은 1년차 레지던트 전기 모집을 마감했다.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모집 현황을 조사했고, 결과는 역시나였다. 코로나19,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 제정으로 필수의료, 외과계 진료과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소위 '돈 되는' 진료과, 임상 지원 진료과에 몰렸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 현실은 수년째 바뀌지 않고 있지만 소외 당하고 있는 진료과를 살리려는 정부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요지부동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파격'이 필요하다.
저출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개원 시장까지 영향을 받아 기피과 반열에 들어선 소아청소년과는 학회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대형병원에서도, 개원가에서도 설 곳이 없어지면서 위기감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입원전담의 도입, 상담수가 신설 등을 정부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반면 기피과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흉부외과는 자포자기 지경에 이르렀다. 내년도 레지던트 정원이 48명인데 19명을 확보하는데 그친 것.
코로나19 환자, 그중에서도 중환자가 늘어나면서 흉부외과 의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도 지방은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하다. 남아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대로라면 심장 수술은 서울 대형병원 일부에서만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 지방에서 발생한 초응급 환자는 죽음에 이르는 악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
흉부외과학회 내부에서는 정원 일부를 국가나 학회에서 갖고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파격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학회나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전공의를 뽑고, 각 병원에 파견을 보내는 식이다. 외상부터 심장수술, 소아심장까지 모든 심장 수술을 고루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급여도 정부나 학회에서 지급토록 한다.
기피과 반열에 들어선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만성화된 흉부외과 모두 정부의 파격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기승전 '수가'로 끝나지만 정부는 이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기피과를 지원하면 수련 기간 동안 타과보다 더 많은 급여를 준다든지, 단기해외연수를 보내준다든지 등의 근시안적 해결책은 젊은 의사에게 전혀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수련 기간 동안인 3년, 4년을 지원하는 근시안적 방안을 고민할 게 아니라 수련 이후 미래를 위한 답을 내려줘야 한다.
건강보험 시스템을 국가가 통제하고 현실 속에서 필수의료라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보다 파격적인 방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학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필수의료'는 꼭 챙겨야 한다"는 대명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제 파격적인 대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는 다른 진료과 눈치 보기를 할 게 아니라 혹시나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진료과를 먼저 찾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적어도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기피과'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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