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과 병원급 역할 재정립을 위한 세부 모형이 이미 마련됐지만 보건복지부 책상 속에 갇혀있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까지 의료단체와 가입자단체, 전문가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TF의 9차례 회의를 통해 중장기 대책과 실행 방안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 보고된 상급종합병원 경증 외래환자 감축 시 보상 방안도 의료전달체계 실행방안 중 하나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에는 상급종합병원 장기처방 제한과 중증진료 시범사업 확대 그리고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확대와 일차의료 모델 개발, 성과연동 보상 체계 마련 등 의료기관의 대변화를 예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실손보험 보장범위 조정 방안과 함께 시도 병상수급관리제 등 사보험 통제와 대학병원 분원 설립 억제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복지부 2022년도 업무보고 자료 어디에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의료계 판갈이로 불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발표가 왜 지연됐을까.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가 격돌하는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이 발표 연기의 주된 이유라면 복지부의 비겁한 변명이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 정책은 진보와 보수 무관하게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급여 대상 범위와 속도감만 다를 뿐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이 대선 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오는 3월 9일 투표일을 겨냥해 폭풍 질주를 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공약집에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그대로 차용하는 내용이 담길 경우 해당 대선후보와 복지부 모두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가에 정통한 의료계 인사는 “코로나 사태에 이어 대선을 이유로 미룬다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할 의향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여야 대선주자에게 줄서는 구태가 일부 공무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국민건강을 최우선 생각한다는 복지부도 대선 정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지연이 좀 더 정교한 실행 방안을 담긴 위한 복지부의 장고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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