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눈물 닦아주러 왔을 뿐인데 내 눈물만 흘리고 갑니다
씻어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씻겨졌습니다
고쳐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치료되어 갑니다
(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유은성)
봉사활동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쓰는 모든 활동이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부분이 모든 활동의 방향이 국가나 사회 또는 남에게 향해 있다는 것일터이지만, 개인적으로 경험해온 봉사활동에서의 방향은 나 자신과 남 모두에게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봉사자가 봉사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과 실질적인 유익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필자가 경험해왔던 봉사활동들을 기반으로 봉사활동이 주는 유익들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봤다.
첫째는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봉사 대상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3주간의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했던 학부 3학년 때의 일이다.
우리 봉사단은 현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 물품들과 함께 과학 수업을 준비했고, 또 K-POP 댄스를 미리 연습해 준비해갔다. 현지 초등학생 입장에서 아시아 인종의 어른들이 단체로 와서 친해지겠다고 하면 반감이 들지는 않을지 걱정되었고 그 탓에 한번이라도 더 함께 교류하고자 쉬는 시간만 되면 마당으로 나가서 함께 춤을 추었다.
첫날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둘째 날부터 당시 유행하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며 마당을 누비던 필자를 보고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다니듯 함께 춤추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내 우리는 금방 하나가 되었다. 나이, 환경, 직업, 인종, 국가에 관계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난 봉사자와 그 대상자들은 작은 노력으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둘째로, 함께 고생하는 봉사자들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 시절 관정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11회 관정 장학생 모임 회장으로 봉사하던 때, 모임 행사 최초로 연탄 봉사활동을 기획해 장학생의 참여를 독려했던 기억이 난다.
봉사 이후 공통된 피드백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의지는 있지만, 어떻게 참여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다른 봉사자들이 있어서 큰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더라도 선한 동기와 뜻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고생한 이후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그리고 속한 단체로부터 느끼는 든든함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임을 확신한다.
세번째는, 때로는 봉사활동이 진로의 방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 봉사활동 당시, 다친 상처를 일찍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피를 뚝뚝 흘린 채 봉사센터를 찾아오는 한 청년을 보고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대한 공학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대학원에서 의료기기 연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역시 치매 독거노인 방문 및 말벗 봉사와 병행하면서 실질적인 임상 수요를 생각해보고 싶었고, 이를 연구에 접목하여 진행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병과 환자에 대한 이해없이 그들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의 한계를 또 절감하고 의과대학 편입으로 현재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진로 선택에 가장 큰 인사이트를 제공했던 이벤트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봉사활동들이었다.
마지막 네번째, 의대생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인 의료 봉사가 실제로 환자에게 임상적, 심리적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21년 12월 중순, 한국의사들의 세계로의 진출을 꿈꾸는 의사들의 커뮤니티를 설립한 K-DOC 회사와 medical mavericks 봉사 TF팀, 의대생 신문이 힘을 모아 의료 소외 농촌 지역인 충주시에서 1박 2일간 '찾아가는 닥터버스'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하루에 100여명의 고령 혹은 외국인 환자들이 몰릴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병원 실습을 통해 단련된 학생 의사의 입장에서 감사하게도 실제 환자 문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 교육 현장 밖의 실제 환자를 문진하는 경험하는 교육적인 효과는 물론, 대부분의 양성 질환 가운데 악성 질환을 감별해내는 훈련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실제로 여러 악성 질환의 임상양상을 가진 환자들을 로컬 병원으로 인계해드릴 수 있어 충분히 임상적 이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의료 봉사에서는 약물 처방 없이 impression에 따라 로컬 병원으로 인계까지만 하는 것을 end point로 설정했기 때문에, 환자들의 낮은 만족도를 염려했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의료 소외지역에서는 환자들이 단순히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들어주는 의사가 증상과 질병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만으로 큰 만족을 느꼈다. 특히나, 평소에 접하기 어렵지만 단순한 혈당검사, 혈압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만으로 자신에 건강에 이로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자신의 건강에 더 관심을 갖고 관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혹자는 봉사활동을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하고 수익성이 없으므로 취미활동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매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값 없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도움에 감사하며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도우며 살 것이라고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상황과 형편에 관계없이 나름의 봉사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부를 모르고 살던 사람이 성공해서 10만원 기부하는 것보다 평소 만 원씩 기부하던 사람이 성공해서 1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쉬운 일인 것처럼, 시험과 과제로 바쁜 상황이지만 일부를 덜어내어 돕는 훈련을 거친 사람이라야 성장한 이후에 더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실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결국 두 손 가득 도움 받은 채 돌아가는 경험으로 봉사의 매력에 흠뻑 젖어 보시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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