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팬데믹 대응수단으로 수명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백신의 예방률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 업데이트 및 경구용 치료제 확보를 통해 엔데믹에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25일 대한백신학회는 제19차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의 방역 체계 평가 및 향후 엔데믹 전환 상황에서의 대응 전략 등을 모색했다.
2022년 3월 25일 현재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을 겪고 있다. 유행정점에 도달하기 전부터 정부는 방역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2020년부터 유지된 유행 억제 전략은 2022년 2월을 기점으로 피해최소화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의 과제와 전망을 발표한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구체적인 미래 전망과 전략이 부재하다며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재훈 교수는 "피해최소화 방역정책이 이행되면서 코로나19를 엔데믹 질환으로 장기적으로 전환, 관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미래 전망과 전략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범사회적인 총력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은 이런 정책이 용인되는 마지막 유행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반복적인 재유행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유행억제 전략은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정재훈 교수는 "이번 유행을 통해 인구집단 중 약 40% 이상이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은 인구집단은 당분간 백신과 비약물적 중재의 보호망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 이 보호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 이상 국민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려워 이번 대유행을 끝으로 판데믹 대응수단으로 거리두기 정책은 수명을 다할 것"이라며 "백신의 예방효과 감소는 다양한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하게 감염을 통해 획득한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중간정도 규모의 유행이 반복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다음 유행의 시점과 규모를 미리 예측에는 신중한 태도다. 이번 유행 후 항체양성율이나 백신 3회 접종의 효과 감소 등의 필수적 데이터는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오미크론 감염 이후의 면역 감소도 아직은 미지수다.
면역 감소와 사회적 중재의 중단, 새로운 변이가 등장 시점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으며, 이러한 시점의 겹칠 경우 피해는 더욱더 커질 수 있어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것. 정재훈 교수는 엔데믹 전환을 위한 대응책으로 ▲백신 업데이트를 통한 면역 감소 대비 ▲정책 대응 근거 확보 ▲유지가능한 중증 환자 진료체계 구축 ▲경구용 치료제 확보를 제시했다.
정재훈 교수는 "mRNA 백신 등의 새로운 플랫폼은 염기서열 변화로 새로운 변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엔데믹 전환을 위해 면역 감소에 대한 대비책으로 백신 업데이트 및 접종시기, 대상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유행 초기보다 코로나19 관련 수많은 정보가 축적됐지만 완결성이 모자라기 때문에 재감염률과 새로운 변이에 대한 감시는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며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의 자체적 역량으로 새 변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평상시로 의료체계가 돌아가더라도 최소한의 감염병 대응 역량과 유연한 병상 확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타미플루의 비축과 같이 다음 유행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미리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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