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인사. 인사권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에게 자리를 주는 것을 뜻한다. 주요 선거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공공기관장이나 임원 등에게 그 자리가 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 직책은 정권과 맞물려 있는 보은인사 자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신 전 감사는 예정된 2년의 임기를 1년만 하고 경기도 성남시장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로 출마했다. 감사 임기 중에도 조 전 감사는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민생정택특보단장을 맡으며 활발하게 정치적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 상임감사는 공모라는 절차를 거치지만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연결고리를 뗄레야 뗄 수 없는 직역이다. 정치적으로 관계가 깊은 인물을 임명한다는 점을 백번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해당 기관과의 관련성,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반영해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전문성이 어느 직역보다도 필요하다. 심평원 내부 업무 전반에 대해 감사를 하기 위해서도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경력이 특히 중요하다.
조 전 감사 이력에서는 감사 업무, 보건의료 분야 업무에서의 전문성은 확인할 수 없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와의 접점은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이력이 유일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상임감사 연봉은 지난해 1분기 기준 1억1607만원이다. 조 전 감사는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대선캠프에서 정치적 활동을 활발하게 한 셈이 된다.
사실 심평원 상임감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문제제기는 조 전 감사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다. 2016년 당시 서정숙 상임감사는 임기 중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최종 후보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서 감사는 감사직을 계속 이어갔다. 국정감사에서까지 "감사직을 사퇴하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기업에서 '감사' 자리는 조직을 보다 윤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독립적인 제3의 눈이다. 조직을 더 유기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자리다. 보은인사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주어진 임무에 최대한 충실할 수 있는 인사를 배치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조직 내부 사기를 높이고 나아가 조직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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