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정호영 장관 후보자 관련 해명 자료만 50여건.
이는 복지부가 지난 10일, 정 후보자가 장관 지명에 대한 소감을 발표한 이후 3주간 배포한 해명 및 반박 자료 건수다. 이쯤되자 의료계는 물론 정계에서 이 상태로 장관이 임명되더라도 '식물장관'에 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 장관으로 의사출신이 지명됐을 당시만해도 의료계는 환영 입장을 드러냈지만 채 한 달도 안돼 분위기가 뒤집혔다. 특히 29일, 윤희숙 전 의원(국민의힘)이 "난 배지 떼고 경찰 조사받았다"라며 정 후보를 지목,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파장은 더 크게 일고 있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를 지명했을 당시만 해도 청문회까지 한달 남짓 남아 보건의료 정책현안을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는 두 자녀 의대 편입학과 더불어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서 정책 검증은 할 틈이 없이 반박하는데 힘을 빼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체계 대전환기에 향후 그가 추진할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관심이 높을 만도 하지만 정 후보의 신변 관련 이슈가 잠식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이 요구한 인사 청문회 요구자료도 상당수가 정 후보와 관련한 각종 의혹 관련 항목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정계 정통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제 진실 여부가 중요치 않은 상황"이라며 "후보자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의료계는 의사출신 장관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게다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보건부 독립 등 조직개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의료계 숙원 과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의료계 입장에선 씁쓸해진 상황.
의료계는 물론 정계에서 식물장관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다.
장관을 주축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복지부 각 과별로 기존에 해왔던 정책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시 말해 장관이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임기만 채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설령 장관이 된다고 해도 보건부 독립 등 굵직한 쟁점에 대해 힘을 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정 후보자가 장관 재임 내내 개인적인 논란을 해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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