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들이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기평석)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 정립에 역행하는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2019년부터 입소자 30인 이상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25개 기관으로 확대 운영에 들어갔다.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요양시설 안에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병동을 만들어 입소자에게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의료행위를 보면, △영양(중심정맥영양, 경관영양, L-tube, G-tube) △배설 관리(Foley, 인공항문, 인공방광) △호흡 관리(산소투여, 기관지절개관 교체, 인공호흡기, 석션) △상처 관리(욕창 드레싱, 당뇨발 간호) △기타(암성통증간호, 투석간호) 등이다.
이는 사지마비, 연하장애,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항응고제나 인슐린, 마약성 진통제와 같이 전문적인 투약관리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행해지는 의료행위이다.
협회는 "전문요양실 의료행위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의사가 직접 하거나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의료기관이 아닌 노인생활시설에서 의사의 직접적 지도 감독도 받지 않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요양시설 계약의사(촉탁의사)가 발급한 '전문요양실 간호지시서'에 따른 의료행위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요양시설은 의사가 상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촉탁의는 기껏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게 고작"이라면서 "입소자들의 구체적 증상에 대해 의사가 처방하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처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기평석 회장은 "건보공단의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운영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을 정립하겠다는 복지부 기본 정책방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단은 진료비를 아끼기 위해 중증환자를 사지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능이 분화되지 않으면 의료기관과 노인생활시설이 환자 유치경쟁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치매, 재활, 호스피스, 암 전문병동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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