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신약 개발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부 시절부터 연구에 대한 동기를 심어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초의학자, 또한 과학자로서 평생을 살아하겠다는 강력한 동기를 주지 못하면 백약이 무용지물이라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부 과정에서 기초의학 비중 증가를 강조하며 강한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성공 신화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대한의학회는 16일 더케이호텔과 온라인을 통해 통합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초의학 교육의 발전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먼저 발제를 맡은 경북의대 김인겸 교수(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은 현재 의대 교육에서 기초의학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기초의학자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겸 교수는 "2012년 1200시간에 달했던 기초의학 교육시간이 2020년에는 700시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며 "의대생들이 연구를 접할 교육 과정 자체가 없어지면서 이에 입문할 기회 자체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춰 기초의학 과정에 대한 비용 등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다.
실제로 기초의학교실 평균 실험 실습비를 조사하자 생리학회는 2012년 2162만원에서 2020년 832만원으로 집계돼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병리학회 또한 2012년 1399만원에서 2020년 808만원으로 줄었다.
의사 국가 고시에 기초의학 교과목이 들어가지 않다보니 의대 학부 과정에서 교육과 실습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김인겸 교수는 "의대 교육과정에서 기초의학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로 인해 의사과학자를 지망하는 동기 유발 기회도 동시에 줄고 있다"며 "의학과에 학·석·박사 통합 과정을 kas들어 정원외 입학과 더불어 졸업 후 일정 기간 연구기관에 근무하게 하는 등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연구의 매력을 보여주고 학부때부터 이에 대한 동기를 심어주지 않는 이상 기초의학자를 비롯해 의사과학자 양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연세의대 안신기 교수는 그러한 면에서 연세의대가 도입한 학부 절대평가 제도를 예를 들며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안신기 교수는 "연구에 대한 부분은 강의로 전달할 수가 없는 부분인 만큼 결국 직접 접하지 않으면 체감할 수가 없다"며 "연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과외 활동을 통해 접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세의대가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학생들에게 교수를 매칭해 한 학기에 네번 이상 연구 멘토링 과정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이렇게 교육 과정을 전환하면서 학부생들의 연구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SCI급 저널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제시하며 다양한 대안들을 내놨다. 특히 고려의대 기선우 교수는 현재 기초의학 분야에 비 의과대학 출신 교수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재조명했다.
앞으로 비의대 출신 교수들이 기초 교육을 맡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기선우 교수는 "최근 보면 기초의학교실에 교수 숫자가 30~40% 이상 늘었지만 실제 이를 전공한 교수 비율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결국 이렇게 늘어난 교수 TO가 대부분 비의대 출신 교수들이라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이렇게 들어온 교수들은 의생명공학 등 특화 분야에 투입되고 실제 의대 교육에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기초의학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의대 출신 교수들이 과연 어떻게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기초의학자와 의사과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넓혀주는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결국 의대생들이 이 길을 걷기 위해 가장 큰 동기가 되는 것은 선배들이 걸어간 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의대 신현우 교수는 "결국 의사과학자라고 하면 의사로서 연구 개발이 주가 되는 과학자의 포지션을 갖게 된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바이오텍과 스타트업, 다국적 제약사, 연구 기관 등에서 의학을 백그라운드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이러한 의사과학자들 속에서 수많은 성공 사례가 나와야 임상 의사로 쏠리는 의대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버드 의대 출신 중 절반 이상이 임상이 아닌 과학자의 길을 가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러한 무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임상 의사에 비해 수입이 적다는 등의 이유는 표면적일 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이 의사과학자, 기초의학자로서 성취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없애줘야 자연스럽게 분야과 확장될 수 있다는 것.
KAIST 김하일 교수는 "기초의학의 위기를 논할때 수입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이제 그 격차는 매우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초의학자, 의사과학자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배경을 보면 우리도, 또한 후배들도 의대를 졸업하면 안정된 직업을 갖는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다양성을 고민해 보지 않았다"며 "이들의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장치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세의대 김철훈 교수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놨다. 단순히 수입 문제가 아니라 비전이 의대생들의 진출을 막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지적.
김철훈 교수는 "의대에 들어온 학부생들이 연구냐 임상이냐를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월급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연 내가 이 분야를 선택했을때 그만큼의 성취와 만족도를 가질 수 있느냐를 더욱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하지만 현재 사회를 보면 임상 의사보다 기초의학자나 의사과학자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매우 제한적이고 이는 곧 불리함이 된다"며 "결국 선배 의사들이 기초의학자, 의사과학자도 저렇게 멋진 일을 한다는 성공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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