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B형 간염은 만성 환자가 40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국가검진항목에 B형 간염이 포함되면서 검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30%가량은 본인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 사실을 알고 있어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대구 범물경대연합내과 민지원 원장은 "B형 간염 보균자라면 6개월마다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 바이러스 증식이 활성화하고 있는지 여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꾸준히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 원장에 따르면 매년 약 2만명이 간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만성 B형간염이 원인이다. 특히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40~50대 남성들의 주요한 사망원인으로도 꼽힌다.
B형 간염은 음식이나 식기를 통해서는 거의 전염되지 않지만, 모계 수직감염이어서 B형 간염 보균자 산모의 자녀는 감염이 된다. 수평 감염으로는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전염이 있다.
국내는 수직 감염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 외에도 B형 간염 환자와의 성접촉, 비위생적인 시술(문신, 침, 피어싱 등), B형 간염 환자와의 면도기, 칫솔 공유로 전염되는 사례들이 있다.
민 원장은 "국내 수직 감염 비중이 높은 만큼 가임기 여성이 40세 전 검진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면 수직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다행히 국가검진에 B형 간염이 포함되면서 10년 전과 달리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비율이 크게 올랐다"라며 "간암 가족력이 있거나 간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가는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도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 감염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신생아 감염 시 90% 이상이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성 간염으로 번지면 1년 이내 5%, 5년 이내 23%가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간경변은 간이 딱딱하게 굳어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뿐 정상 상태의 간으로 회복하기 힘들다.
이와 함께 민 원장은 "비증식 바이러스라면 대부분 양호한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약 20%에서는 면역활동기, e항원 음성 간염 등으로 재활성화와 비활성화를 반복하면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비증식기여도 주기적인 검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만약 만성 B형 간염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3~6개월마다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암은 2~3달 내에도 종양 크기가 두 배로 커질 수 있어서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면 꾸준함이 강조된다. 약물 치료제는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뛰어나지만,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치료를 중단했다가 2년 이내 B형 간염이 재발한 사례도 50%에 달했다. 그 중 절반가량은 간염이 심하게 악화됐다.
민 원장은 "B형 간염 치료는 약물마다 효과나 부작용, 내성 발생률, 재발 가능성 등에 차이가 있어 기저질환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며 "최근에는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제품명 베믈리디)를 초기부터 쓰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TDF, 제품명 비리어드)은 골다공증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에 나온 약제들은 내성발생률도 적고 부작용도 개선돼 B형 간염도 완치는 어렵지만 꾸준히 약을 복용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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