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로 진단 분야에서 상용화가 시작된 엑소좀(Exosome)이 치료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초의 엑소좀 치료제 타이틀을 가져간 기업이 없는 만큼 기업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는 것. 아직까지 기술이 태동 단계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엑소좀 차별점 약물전달시스템(DDS)…치료제 효율↑"
엑소좀은 EVs(Extra cellular vesicles) 세포가 세포 외부로 방출하는 소낭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20~100nm 정도의 직경을 갖는 소낭성 입자다.
세포막의 구조와 동일한 인지질(phospholipid) 이중막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 특징. 이를 기반으로 세포 간 신호 전달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약물 전달체(Drug Delivery System, DDS)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DDS는 표적 전달률이 낮은 반면, 엑소좀은 표적 전달률이 높아 뇌투막성 통과나 순도와 안정성 측면에서 약물 전달 능력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즉, 엑소좀의 표면막 또는 내막에 치료용 단백질을 탑재시키고 이를 표적 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해 기존에 치료하기 어려웠던 질병 분야에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이미 로슈, 재즈 파마슈티컬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DBMR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21년 117억7400만 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 달러(약 38조원)로 연평균 약 2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판된 치료제가 없고 아직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이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알츠하이머와 같이 질병 특이도가 높은 바이오마커로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며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 연구개발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신약은 없지만 R&D 반보 앞선 글로벌 기업"
글로벌 엑소좀 치료제 시장은 엑소좀의 유래(source)에 따라 중간엽 줄기세포(MSC), 혈액 및 체액 등으로 분류되며 치료방법(modality)에 따라 면역치료, 유전자치료 및 화학요법제로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엑소좀 기술을 기반으로 허가받은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 단계로 봤을 때는 해외 기업이 반보 정도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이중에서도 엑소좀 분야 선두그 룹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 미국 코디악(Codiak Bioscience)이다
현재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인 exoSTING의 임상 1/2상과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exoIL-12' 임상 1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두 개 후보물질 모두 1상 투여를 완료했으며 결과에 따라 2상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림프종 치료제 후보물질, 간암, 대장암 등에 대한 후보물질도 개발 중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들이 엑소좀 산업 분야 발전을 위한 '엑소좀산업협의회'를 지난 2월 말 출범하는 등 연구개발을 위한 논의를 확장하는 중이다.
엑소좀산업협의회는 엑소좀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해 엑소좀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응용 분야 확대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엑소좀 산업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은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다. 급성신손상(CSA-AKI)치료제 후보물질 'ILB-202'가 임상 1상을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의 승인을 받아 국내기업 중 가장 먼저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 1세대 줄기세포 기업인 프로스테믹스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엑소좀인 PSI-401 치료제와 관련해 1상 시험 계획을 신청했다고 공시했으며, 대웅제약이 투자하고 있는 엑소스템도 골관절염 치료제 국내 1상 IND를 신청한 상황이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엑소좀 개발 단계는 초입 단계지만 다국적 기업들과의 기술 및 개발 속도에서 큰 격차가 없다는 견해.
실제 엑소좀산업협의회 최철희 부회장(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은 "엑소좀은 기술의 태동 단계로 전 세계적으로 개발 속도의 격차가 크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며 "동시에 한 기업이나 연구조직의 역량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도전 과제인 만큼 협의회 출범이 분야를 발전시키고 도전과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질환의 측면에서 코디악이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후속 주자인 국내 기업에게도 첫 번째 엑소좀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가져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일례로 국내 바이오벤처사인 프리모리스의 경우 기능강화엑소좀(ExoPlus) 기반 창상(화상)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1회 처방이 가능한 화상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임상 진행이 훨씬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프리모리스 나규흠 대표는 "기능강화 엑소좀 치료제는 올해 IND에 진입해 내년 중에 임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며 "이미 코디악 같은 회사가 2~3년 임상이 빠르지만 암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화상치료제 개발이 속도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엑소좀 기술이 가지는 희소성 및 가치에도 불구하고, 상업화 단계까지 도달하는데 기술적인진입 장벽이 존재해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엑소좀 또한 매우 작은 크기에 원하는 물질을 탑재해야 하는 등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해소된다면 유전자치료, 항암 표적치료, 항노화 등 기존 치료제 및 의료산업에서 매우 핵심적인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전임상 및 임상개발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엑소좀의 대량생산 공정 개발 방법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모호하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지만,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면 차세대 치료제로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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