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앞선 오미크론 사태로 민·관 협력관계가 구축됐으며 이후에도 이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로구의사회 박종환 회장은 지난 27일 진행된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재택치료 서울형의 의의로 보건소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꼽았다. 기존에 의원과 보건소는 환자를 두고 경쟁하거나 현지실사 등으로 갈등을 빚던 사이였지만 감염병 대응에 협력하면서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박 회장은 재택치료 서울형을 진행하면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그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보건소가 환자 배분과 방문, 의약품 배송 등을 도맡아 해 의사들이 모니터링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미크론 사태 때 공무원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실제로도 고생을 많이 했다"며 "환자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하면 야간이라도 재택치료팀이 직접 환자를 찾아가고 약 배송이 안 돼 퀵으로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원도 보건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한다"며 "이전에는 보건소가 견제 대상이고 우리를 감시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협력적인 관계가 구축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박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와 먼저 재택치료 서울형을 시작한 다른 지역구가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해결해준 덕분에, 종로구의 환자 모니터링이 보다 원활했다고 강조했다.
초기 재택치료 서울형은 지자체의 비협조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의원급을 위한 새 시스템을 마련하기보다 병원급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고위험군 재택치료를 고수하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의사회들이 각 지역구를 설득하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의사회를 방문하면서 지난 2월부터 재택치료 서울형이 시작됐다.
그러나 시행 초기 행정적인 문제가 생기고 지자체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다행히 종로구가 재택치료를 시작할 당시엔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었다는 것.
박 회장은 "다른 구의사회 회장님들은 환자 배분 같은 행정업무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고 유선상으로 문제해결이 안 돼 수시로 구청을 들락날락했다고 들었다"며 "그에 비하면 종로구는 정말 재택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환자만 보는데 바빴다는 것은 의사로서 정말 행복한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모니터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기억에 남는 환자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독거노인 환자가 많아 코로나19 진료 외에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고마움을 표해 오히려 감사할 정도였다고.
다음 달 재택치료 서울형이 종료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호흡기환자진료센터가 도입되면서 코로나19 대면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족이 있거나 생활보호대상 환자는 여건이 낫지만 여기 해당하지 않는 노년층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진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노년층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것도 문제다.
박 회장은 "고위험군 확진자 배정을 중단하면 환자 관리에 허점이 생기거나 대응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본인부담금 지원이 사라지면 진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지고 지역사회에 감염병 대응 경험을 쌓은 의사들이 늘어난 상황을 긍정적으로 짚었다.
박 회장은 "그동안의 노하우가 있으니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어떤 상황이 돼도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며 "그 과정에서 맺어진 민·관의 유기적인 관계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를 토대로 방역체계를 보완해 나가면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다른 감염병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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