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금융 폭풍에 휘말린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계속되는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신음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투자 열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부담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중고 빠진 의료기기 기업들 "생산 유지 힘들다"
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투심 위축과 금리 인상, 환율 상승이라는 삼중고로 유동성에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지금 같아서는 현상 유지 자체도 버거운 상황까지 왔다"며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의료기기 기업은 그 특성상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기는 아무리 원가가 올라도 그 상승분을 가격에 녹여낼 수가 없다"며 "그대로 손해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 수입 기업들은 하나 같이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 정도라며 신음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비용의 폭발적인 증가다. 국내 제조업의 특성상 원자재 등의 수입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원달러 환율은 7월 1326원으로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사그라들면서 일부 조정을 받은 현재도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 의료기기를 제조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을 정면으로 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류 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치솟기 시작한 물류 비용은 여전히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운임 지표로 사용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만 봐도 2분기 평균이 4211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전년 동기 3259.15보다도 30% 가까이 올랐다.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더 비싼 값에 물건을 사서 더 높은 운임을 주고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의료기기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원가 오르는데 금리도 인상 "정부 대책 시급하다"
여기에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말 그대로 빅스텝을 연이어 밟아나가면서 대출 금리에 대한 부담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B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그나마 소상공인 등은 금리를 낮춰주기라도 하고 원금 상황을 미뤄주는 추세인데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러한 혜택조차 없다"며 "매출 대비 순이익 구조가 매우 취약한데도 매출만 가지고 중견기업으로 분류해 아무런 도움도 주고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미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중인 상황에 금리까지 1%씩 올라버리면 버틸 재간이 없다"며 "8월에 한차례 더 금리를 올린다고 하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다같이 파산할 위기"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재원 마련조차 어렵다는데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에 대한 분위기도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돈 들어올 구멍은 점점 더 막히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값 인상과 환율 상승, 금리 인상까지 악재들이 줄줄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A기업 임원은 "의료기기는 급여가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원가가 올라도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을 만들거나 제조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들은 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을 통해 한시적인 금융 혜택이나 보험상한가의 한시적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살길을 열어달라 요청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를 결정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라는 점에서 카운터 파트 자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임원인 C기업 대표는 "한시적으로나마 보험상한가 인상 등을 요구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인 상태"라며 "당장 숨이 넘어가게 생겼는데 바지 끝이라도 잡고 늘어질 장관조차 없는 상황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아무리 살려달라고 외쳐도 쳐다보는 부처가 한군데도 없다"며 "이러다 치료재료 생산이 중단돼 전국 병원들이 한바탕 난리가 나야 들어줄런지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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