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의 폐렴 예방 효과를 두고 엇갈리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첫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적어도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분명하게 효과를 보이고 있었으며 특정 계열 약제와 무관하게 최소 30% 이상 폐렴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15일 대한의학회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혈압약과 폐렴 예방 효과의 연관성 연구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다.
현재 폐렴의 경우 약물과 연관된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경각심이 올라가고 있는 질환 중 하나다. 이미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등이 폐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Int J Med Sci 2021;18(15):3565–3573).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고혈압약이 대표적인 경우로 고혈압약이 폐렴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상당수 연구에서 이러한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있지만 반대의 결과들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유럽에서 이뤄진 연구(Eur Respir J 2006;27(6):1217–1222)나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Pharmacoepidemiol Drug Saf 2012;21(11):1173–1182)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인 대만 인구 기반 연구(J Epidemiol 2013;23(5):344–350)에서도 고혈압약이 폐렴 위험과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도 사실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오병모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이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관성 연구를 진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환자들에게는 고혈압약이 폐렴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총 1만 546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고혈압 약제 처방과 폐렴 발병 사례, 나아가 입원까지 이르는 악화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환자 중 ARB 약제를 복용중인 환자가 32.53%로 가장 많았으며 ACE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7.7%, 기타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환자가 23.6%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이들 약제의 복용과 폐렴 발생과의 연관성을 Cox 회귀 분석으로 살펴보자 ACE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대조군보다 폐렴 발생 위험이 34%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aOR=0.660, CI=0.558–0.781).
이러한 경향은 다른 고혈압약도 마찬가지였다. ARB를 복용중인 환자도 폐렴 발병 위험이 30% 줄어들었고 기타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도 27% 가량 폐렴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다른 요인들과도 전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일어났다. 당뇨병약을 먹는 환자와 비교해도 이같은 예방 효과는 무관했으며 70세 이전과 이후 등 나이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위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고혈압 등으로 외래 방문 횟수가 많을 수록 폐렴으로 인한 위험이 12%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 것. 반면 정신병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폐렴 위험이 1.3배로 늘어나는 경향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적어도 우리나라 환자에게는 분명하게 고혈압약이 폐렴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약의 종류나 당뇨병 유무, 나이와 무관하게 일관된 결과가 나온 것은 분명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
연구진은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약과 폐렴 예방 효과의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엇갈린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환자들에 대한 처방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인종적 차이와 지리 및 기후 요인, 의료시스템으로 인한 차이가 이러한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외래 진료가 많을 수록 폐렴 위험이 낮아진다는 하위 분석 결과를 볼때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이 많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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