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나 업무의 집행이나 재산의 상황과 회계의 진실성을 검사해 그 정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일.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감사'의 업무다. 체계를 갖춘 조직이라면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이들은 늘 감시의 눈으로 조직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독립성 보장은 늘 따라오는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내부든 외부든 감사실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이를 익히 알고 있는 건보공단 감사실은 내부 감사 인력의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리급을 감사실에 배치했다. 스터디를 조직해 국제공인 자격증 취득과정 위탁교육을 운영하고 있고, 시험 비용도 지원한다. 감사실 일상감사부 김기범 대리(31)는 감사실의 투자에 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 자격을 취득했다.
CIA(Certified Internal Auditor)는 국제공인 내부감사 전문 자격증으로, 기업 경영에 관한 부정과 비능률 요인을 미리 제거해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200여명이 CIA 자격을 갖고 있으며 건보공단에서는 김 대리가 처음이다.
횡령이나 부정 사건 예방 차원에서 1년~1년반 사이 부서를 순환하는 다른 직급과 달리 감사실은 특수하게 순환 근무 예외 실이다. 현재 김기형 선임실장도 감사실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했다. 김 대리도 2020년 감사실에 자원해서 들어온 후 2년 반째 감사실에서만 부서 이동을 하고 있다.
김 대리는 "내부 지침이나 규정에 따라서 과거 선배들의 업무를 참고하고 업무를 하던 중 CIA 자격증을 알게 됐다"라며 "내부 감사기술과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위탁 수업을 듣고, 시험공부를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CIA 시험은 내부감사의 핵심요소, 내부감사 실무, 내부감사에 필요한 비즈니스 지식 등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각 부분별로 80% 이상 득점해야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 사전에 한 강의당 2시간 20분씩, 총 50강의 온라인 수업도 이수해야지만 CIA 시험이 응시할 수 있다. CIA 시험 응시료는 150만원(파트당 50만원)에 달한다. 비용이 비용이다 보니 감사실에서는 응시료를 한 번만 지원하고 있다.
한 번 만에 시험에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비로 시험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 김 대리도 자비를 털어 계속 도전해야만 했고,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약 7개월만에 합격증을 받았다. 온라인 수업을 들은 시간까지 더하면 1년이 걸렸다.
그는 "퇴근 후에도 회사에 남아 분량을 정해 2시간씩 공부를 했다"라며 "감사를 가거나 바쁜 날을 제외하고 준비를 하다 보니 밀린 부분은 주말에 도서관이나 집에서 몰아서 공부했다. 중요한 부분은 휴대전화에 저장해놓고 수시로 봤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니 며칠이 지나서 보면 백지가 되고, 다시 보는 과정을 반복했다"라며 "그러다 보니 똑같은 문제에 대해 답이 자꾸 바뀌어서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당장 CIA 자격증이 나오는 게 아니다. 감사실 근무 경력이 2년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추가 조건이 있다. 김 대리는 마침 2년 이상 감사실에 머물고 있던 차였기에 자격증을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김 대리는 "감사실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권위적이고 지적 위주라는 선입견이 있었다"라며 "시험을 준비하면서 국제내부감사기준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결과 자연스럽게 감사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조직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보공단 감사실은 2020년 스마트감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사전 예방, 재발방지에 중점을 두는 감사를 추구하고 있다.
김 대리는 "건보공단의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각 부서를 지원하는 등 조직 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이를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도 감사 현장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감사원이 있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도 '감사'라는 직책이 존재하는 만큼 감사 업무는 보편적인 상황. 감사 업무를 이제 막 시작한 새내기 감사인이자 전문 자격증까지 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김 대리가 생각하는 '감사'란 무엇일까.
그는 "감사는 조직에서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강조하며 "조직의 목표 달성이나 방향 설정에 꼭 필요하다. 감사실 업무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 및 컨설팅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각 업무를 평가하고 리스크를 수용 가능한 수준 이하로 낮추는 역할을 하고, 업무 추진 전 조언 등을 제공하면서 조직을 지원한다는 것.
김 대리는 "조직의 지원을 위해서는 조직 내 감사 위상, 권한 등 자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전문적이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감사 시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을 갖는 방향으로 특화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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