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하면서 400만 명의 회원의 모인 범보건의료계 조직이 출범했다. 각 직역 대표자들은 기존에도 간호계로부터 업무 영역을 침해 받아 왔다며 연대 취지를 밝혔다.
23일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는 국회 앞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정기국회에서 간호법이 상정될 시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의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대부분 보건의료 직역 대표자 단체가 모였다.
이들 단체는 기존에도 의료계 곳곳에서 간호계의 업무 영역 침범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의료기사를 중심으로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초음파·심전도·엑스레이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의료기사가 아니면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하며 의료기사가 아니면 의료기사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제30조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벌칙규정이 있는 상황에서도 간호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빈번한데 간호법이 제정될 시 수십 만 명의 의료기사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지난 6월 간호사가 초음파 촬영을 하도록 한 의료기관들을 의료기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응급구조사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지역사회로 확장되면 직역의 존속이 위태로워진다는 우려다. 9급 소방공무원 경력채용 분야에서 간호사 지원율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피해도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대한간호협회는 구급차에는 의료인만 탑승해야 한다는 공문을 소방청에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김건남 부회장은 "응급구조사는 의사가 없는 현장에서 그 권한을 일정 부분 위임 받아 제한된 의료행위를 하는 직역이다"라며 "대표적으로 고난이도 의료행위인 기관 내 삽관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처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위해 대학교에서 충분한 교육·훈련을 받고 간호사와 다르게 몇 가지 수행능력에 대한 실기시험을 보고 국가자격증을 받는다"며 "하지만 간호사는 이 같은 전문적인 응급처치 술기에 대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단지 간호사,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응급구조사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규탄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의료질평가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영역 지표인 '입원 시 상병(POA) 보고체계 운영'에서 진단명 및 진단코드를 관리하는 인력으로 간호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증빙자료로 간호사 직무기술서를 제출하면 진단명 및 진단코드 관리 인력으로 인정하는 식인데 이는 명백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또 간협은 2002년 보험심사가 진료 보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심사 전문 간호사 제도 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와 달리 간호사는 질병 분류 관련 전문교육을 받지 않는데 진단명 및 진단코드 등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박명화 부회장은 "국민건강 데이터가 교류·연계되는 시대에 보건의료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3만 여 명의 보건의료정보관리사와 1만 여 명의 학생들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권태엽 회장 역시 "우리 모두 저수가와 낮은 임금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간호사만 높은 임금을 주고 다른 직역의 영역을 침탈하도록 두는 것은 특혜"라며 "이런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이 다음 총선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는 향후 국회에서 간호법이 상정된다면 총궐기 등 강력 대응에 나선다고 못 박았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대신 의료법 내에서 모든 보건의료 직역의 처우를 개선할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을 본회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코로나19에 희생한 것은 간호사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간호사보다 더 힘들고 약소한 직역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법이 등장한 것은 다른 직역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오늘 간호법 저지를 위해 대부분 보건의료 직역이 뭉쳤고 이후 국회에서 간호법이 계속 논의되면 400만 회원의 뜻이 모인 총궐기 대회 등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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