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 정원 기준 마련과 미준수 의료기관의 명단 공표 입법화를 위한 공론화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법정 의료인력 기준 개선과 불법의료기관 근절을 위한 국민동의청원'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축사를 통해 청원 입법에 힘을 실었다.
앞서 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7월 의료기관 간호사 당 입원환자 수 마련과 의료인 정원기준 위반 의료기관 실태조사 및 위법 결과 공표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 청원을 실시해 5만여명이 참여했다. 해당 의료법안은 청원 기준을 충족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불참 속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국민 청원 법안 당위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간호협회 탁영란 감사는 "간호사 1명 당 담당 환자가 많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 못한다는 압박감이 모든 간호사의 고뇌"라면서 "간호사는 힘들어지고 전문직 자긍심은 떨어져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청원 법안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간호사는 3교대 근무로 환자를 최전선에서 돌보는 의료인이다. 특수한 근무환경과 모호한 범위로 노동 강도를 헤아릴 수 없다. 화장실도 못가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몸을 갈아 일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탁 감사는 "간호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소 환자 수 기준과 불법의료기관 근절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들이 받아야하는 의료 질과 직결된 문제로 청원 입법이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 정원 준수는 필수요소이다. 국민 입장에서 내가 낸 건강보험료를 적정 의료서비스에 활용되지 못한다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의료인력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국장은 "간호사 적정기준 법안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실태조사와 결과 공표가 반드시 같이 가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 필수의료 의사 부족 개선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서비를 받을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오선영 정책국장은 노정 합의에 따른 정부의 책무 이행을 강조했다.
오 국장은 "지난해 노정 합의에서 직종별 의료인력 기준 마련에 합의했다. 현재 적정인력과 간호등급제 개선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제하고 "간호사 당 담당 환자 수가 줄어들면 사망률과 재입원률을 낮춘다는 연구보고가 나와았다"고 전했다.
그는 "간호사 인건비보다 못한 감산만으로 개선은 어렵다. 의료질과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반영해야 환자도 노동자도 안전한 병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복지부는 원론적 입장으로 짧게 답변했다.
의료기관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의료법상 환자 건강과 안전 뿐 아니라 종사가 근무 환경은 밀접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직종별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도 내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다만, "지역 의료 불균형 등을 감안해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 정원 기준 불명확 지적은 적정 의료인력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피력했다.
앞서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축사에서 "간호사 정원 기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법에 있는 간호사 1인당 환자 2.5명 표현은 모호하다. 잘못 해석하면 1대 12가 나온다. 모호한 법을 안지키는 병원이 더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일례로, 간호사 7명을 채용해야 하는데 이를 안 지켜도 1명 벌금으로 가능하다면 누가 간호사를 채용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여야 모두 청원 법안 통과를 도와 달라. 이는 국민 건강권과 국민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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